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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비즈] 스가 日 총리, 왜 신동빈 롯데 회장을 만났을까

韓 기업인으로는 처음으로 스가 총리와 면담

3대에 걸친 일본 정계와의 관계 토대로

경색된 한일관계 가교로 나섰을 가능성

관례상 '기업인 회동'으로 보는 해석도

신 회장, 귀국 후 정기인사 단행할 듯







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 기업인으로는 처음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만났습니다. ‘취임 한 달’을 앞둔 스가 총리의 공식일정 발표를 통해 드러난 두 사람의 만남은 최근 수년간 출구 없이 꽉 막혀있는 한일관계를 복구할 계기가 될지 주목 받고 있습니다.

신 회장은 수장이 바뀐 일본 롯데를 추스르고 상속문제를 마무리 하기 위해 지난 8월 중순부터 서울이 아닌 도쿄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11일 도쿄 치요다구 ‘더 캐피털 호텔 도큐’의 중식당에서 스가 총리와 만났습니다. 자리는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됐다고 하는데요, 일대일 만남은 아니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 이날 만남에는 신 회장 외에도 일본 유통가를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참석했습니다. 한 명은 사와다 다카시 패밀리마트 대표, 또 한 사람은 고바야시 가즈토시 고세 대표였죠. 이들은 각각 일본 편의점과 화장품 분야에서 세븐일레븐, 시세이도와 경쟁하는 시장 2위의 기업이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기업인들 외에도 스가 총리를 보좌하는 비서관들도 함께 이 식사자리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신 회장은 재계에서도 손꼽히는 일본 통(通)입니다. 특히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하고는 3대에 걸친 인연으로 유명하죠. 신 회장의 부친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일본 정계의 거물인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총리와 막역한 사이였다고 합니다. 이 기시 전 총리는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의 핵심 계파를 구축한 이로 전후 일본 정치사를 설명하는 핵심적 존재이기도 합니다. 기시 전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이기도 하죠. 때문에 신 회장은 자신과 나이가 같은 아베 전 총리와 어린 시절부터 잘 알고 지냈다고 합니다. 집안끼리 엮인 이들의 특별한 관계는 신 회장이 아베 전 총리가 지난 2013년 총리에 처음 취임하자마자 총리관저에서 단독면담을 했던 일로도 회자 됩니다.

또한 신 회장이 결혼할 때 중매를 서고 주례를 맡은 인물은 ‘부자(父子) 총리’로 유명한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입니다. 롯데 총수 일가가 아베가(家) 외에도 일본 정계에 두루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스가 총리와 신 회장의 만남은 총수 일가가 관리해온 탄탄한 일본 정계 네트워크에 따른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스가 총리의 공식일정으로 공개된 기업인의 만남이 지금까지 손꼽을 정도로 드물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베 전 총리 재임시절 관방장관을 역임했으며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스가 총리가 신 회장과 구면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둘의 만남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재계에서는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은 스가 총리와 신 회장이 공식 일정으로 얼굴을 마주한 것에 대해 몇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한일 경제협력의 가교로서 신 회장이 활약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스가 총리가 지방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관광산업을 살리고자 한다는 점에 주목해 한국과 일본서 유통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신 회장과 관련 정책을 의논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롯데는 식품과 부동산, 야구단 등을 운영하고 있고 매출은 지난해 기준 3조3,000억원 규모입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교도연합뉴스


다만 스가 총리와 신 회장의 면담이 양국 관계에 큰 변수가 되기에는 힘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나 오찬자리가 단독 면담이 아닌 기업인 여럿과 진행된 것인 만큼, 한일 양국서 활약하는 신 회장의 특수한 사정과 연결된 요청은 거론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한국 내 일본 기업 자산 압류문제와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부품소재 금수조치라는 복잡한 양국의 갈등을 신 회장 개인이 언급하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설명도 뒤따릅니다. 일본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일본 롯데 대표자로서 스가 총리를 만났으며 재계 인사와 총리의 관례적 만남”이라며 “신 회장 역시 한국과 일본서 활동하는 재일교포 기업인이라는 정체성을 만남에서 굳이 드러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롯데그룹은 신 회장 귀국에 맞춰 정기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롯데그룹은 지난 상반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통과 화학, 식품, 호텔 등 주요 서비스 부문에서 부진한 경영 성적표를 썼죠. 이 때문에 신 회장이 대대적 물갈이를 통해 그룹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롯데그룹은 “연말 인사가 12월 1일자로 앞당겨질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인사 내용에 대해서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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