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바뀐 회계기준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거래가격을 놓고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이견’이 커지고 있다. 운용리스를 부채로 인식하면서 몸값의 기준이 되는 기업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크게 뛴 탓이다. 로젠택배에 이어 뚜레쥬르도 높은 몸값에 인수후보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매각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이 매각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을 통해 인수후보 측에 배포한 뚜레쥬르 투자설명문(IM)에는 지난해 뚜레쥬르의 EBITDA를 490억원으로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금흐름을 가장 잘 나타내는 EBITDA는 M&A 거래에서 몸값의 기준으로 많이 쓰인다. 여기에 동종 업종의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 영업이익 배수(EV/EBITDA)를 적용하면 대략적인 몸값이 나온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운용리스를 부채로 인식하면서 몸값이 기준으로 쓰는 EBITDA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운용리스가 부채로 바뀌면서 추가된 사용권자산 상각비 항목으로 EBITDA의 덩치가 커진 것. 매도·매수자 간 몸값을 놓고 이견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매각이 장기화하고 있는 로젠택배다. 지난해 기준 로젠택배의 EBITDA는 395억원. 베어링PEA는 배수 10을 적용해 4,000억원가량의 몸값을 요구했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사용권자산 상각비 항목을 제외하면 로젠택배의 EBITDA는 284억원에 불과하다. 과거 기준으로 할 경우 몸값은 3,000억원이 채 안 되는 셈이다.
뚜레쥬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CJ푸드빌은 지난해 뚜레쥬르의 EBITDA가 490억원이라는 점을 들어 3,000억원 수준의 몸값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기준 EBITDA는 이것의 절반도 안 되는 2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에는 성공했지만 매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상장전 투자유치(pre-IPO)에 나선 CJ올리브영도 비슷하다. 2달여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166억원, EBITDA는 519억원에 달한다. 역시 과거 기준으로 할 경우 EBITDA는 275억원까지 내려앉는다.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의 한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으로 최근 매각 가격을 놓고 매도자와 매수자 간 이견이 너무 큰 탓에 계약이 최종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관행이 정립되기 전인 만큼 이 같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