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여행업체인 NHN(181710)여행박사가 한꺼번에 250명이 넘는 대규모 감원에 나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손실부담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다. 특히 여행박사는 중소 여행사 중에서는 자금력이 탄탄한데다 한게임 ·페이코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NHN 계열사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롯데관광개발을 시작으로 한 여행업계 감원이 여행박사까지 이어지면서 중소 규모 여행업체의 추가 감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여행박사는 최근 희망퇴직 공고를 냈고 이날까지 신청을 받았다. 회사는 10명 정도만을 남기고 250여명 전원에 대한 희망퇴직을 받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박사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무급휴직 기간이 길어지자 자연 퇴사한 직원을 감안하면 전체 직원은 250명 내외가 될 것”이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직원들을 (무급휴직으로) 무작정 잡아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여행박사가 폐업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본 후 회사 운영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해 코로나19가 내년 이후까지 이어지면 폐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임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회사 측이 2~3개월 전부터 폐업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휴업이나 폐업이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여행박사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등이 전면 중단되면서 지난 4월부터 재택과 무급·유급휴직을 병행하다 7월부터 다시 무급휴직을 시작했다. 내부에서는 무급휴직 기간 중에 회사가 사실상 폐업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무급휴직을 연장하면 되는데 대부분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뒤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이다.
모기업인 NHN은 올해 여행박사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게임과 결제 등 비대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호실적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박사의 한 직원은 “여행업에 대한 애착으로 무급휴직도 버텨왔는데 10명만 남기고 다 내보낸다고 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반발했다.
여행박사를 신호탄으로 중소 여행업체발 대량 감원 사태가 도미노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유지지원금이 내년 3월까지 연장됐지만 여행시장이 언제 회복될지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행박사의 경우 무급휴직이 길어지면서 퇴직 수순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중소여행사들이 여행박사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여행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올 3월 이후 휴·폐업한 여행사는 730개사에 달한다. 이 가운데 휴업은 144개사, 폐업은 586개사로 집계됐다. 앞서 롯데관광개발은 여행업계 가운데 처음으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연승·최성욱기자 yeonv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