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이후 주춤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의 수출 증가세가 되살아나고 있다. 여름 휴가 이후 유럽 등에서 일일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돌파하면서 국내 진단키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두드러지는 실적 개선을 이룬 ‘K-진단키트’ 업체가 하반기에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지 주목 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 달 초 발표된 국내 진단키트 제품의 9월 한국무역통계진흥원(TRASS) 수출액 잠정치는 2억8,857만달러로 지난달 대비 58.7% 급증했다. 국내 진단키트 수출액은 지난 4월 2억6,572만달러를 기록한 후 고점을 찍고 하락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 8월에 전월 대비 33.2% 증가하면서 반환점을 돌았다.
특히 업계의 관심은 유럽의 확진자 수 급증에 쏠린다. 씨젠(096530) 등이 제품을 주로 수출하는 유럽은 여름 휴가 이후 본격적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7월부터 확진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8~9월에는 이탈리아에 대한 진단키트 수출도 증가세다. 최근 증권가가 3·4분기 씨젠의 영업이익이 3,000% 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씨젠은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경우 진단키트를 5달러, 미국 등은 15달러로 지역마다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는데 2·4분기 주요 수출지역이었던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은 가격대가 낮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단가가 높은 유럽 지역에서 코로나 19가 재확산하면서 3·4분기에는 상반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나타낼 것이란 기대가 크다. 또한 최근에는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동시진단키트를 개발해 수출 제조허가를 획득하면서 수출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씨젠 뿐 아니라 다른 진단키트 기업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진매트릭스(109820)는 전일 코로나19 진단키트 ‘네오플렉스 COVID-19’의 브라질 국가위생감시국(ANVISA) 정식 허가를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유전자 증폭(RY-PCR) 방식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해당 제품은 현재 미국, 유럽, 남미, 중동, 아시아 등에 수출 중이며 이번 승인으로 중남미 진출도 본격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엑세스바이오(950130) 역시 지난 10일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FDA로부터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제품은 엑세스바이오를 포함해 5개 기업 뿐이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가 장기화 하고 백신 개발이 난항을 겪으면서 씨젠 뿐 아니라 국내 진단키트 기업이 향후에도 지속적인 고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조기 종식에 대한 기대가 꺾였고 백신이 개발돼도 효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며 “백신개발 이후에는 항체형성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항체 진단이, 코로나19 확진 최종판정은 분자 진단이 활용되는 등 진단 시장은 꾸준히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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