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홍콩처럼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대형주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 3월 예정된 공매도 금지 기간 만료를 앞두고 이러한 방안이 공매도 제도 개편 방향에 반영될지 주목된다.
13일 금감원의 국정감사 업무 현황 보고에 따르면 금감원은 홍콩 사례 분석을 통해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 제도의 국내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시세 장악이 쉽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소형주에 대해서는 공매도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제도 도입 여부 등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다. 다만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 등 국내 시장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홍콩식 공매도 제도를 검토해볼 만하다”고 발언하면서 홍콩식 공매도 제도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홍콩은 중소 상장사 보호를 위해 시가총액 30억홍콩달러(약 4,000억원) 이상의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가총액이 일정 금액 이상인 종목에만 차입 공매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9월 대표 발의한 상태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 시가총액 기준이 도입되면 해당 기준을 두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투자자의 접근성 개선 방안도 공매도 제도 개편의 주요 방향으로 주목받는다. 현행 공매도 제도에 대해 외국인·기관투자가에 비해 개인투자자가 이용하기 어려워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이 한국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2019년 코스피·코스닥시장 공매도 거래 금액의 투자자별 비중은 외국인이 69.6%, 기관 29.4%, 개인 1.1%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2일 국정감사에서 “개인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는 부분은 ‘양날의 칼’로 기회 측면에서는 좋지만 새로운 위험요인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합리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고 가급적 빨리하겠다”고 말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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