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원 대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이하 라임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 결정이 다가오면서 제재 근거·수위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금감원은 ‘내부 통제 부실’을 근거로 판매사인 해당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중징계를 추진 중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내부 통제가 부실했다고 판단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 은행장들에 대한 징계 수위가 높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라임 사태 관련 제재심의위원회를 오는 20일 라임자산운용을 포함한 운용사, 29일 신한금융투자·KB증권·대신증권을 대상으로 각각 진행할 예정이다. 증권사의 경우 기관 제재와 함께 라임 펀드 판매 당시 재직했던 CEO들에게 직무 정지가 통보됐다. 가장 높은 수위인 해임 요구 바로 아래 단계이며 4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되는 중징계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실 사모펀드 판매가 일부 직원의 일탈행위라는 주장에 대해 “직원의 일탈행위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내부 통제가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며 내부 통제 부실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내부 통제가 미흡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관련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CEO에게 내부 통제 부실 책임으로 중징계를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부 라임 펀드 판매사들이 관련 규정에 따른 제재 감경을 위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배상안을 받아들여 피해보상을 집행했음에도 예상보다 높은 수위의 징계안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앞서 금감원이 DLF 사태와 관련해 당시 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해 결정한 문책 경고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DLF 사태 관련 은행장에 대해서는 내부 통제 감독자로서의 책임을, 라임 사태는 은행보다 조직이 작은 증권사에서 CEO들이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행위자로서의 책임을 각각 징계 수위 결정의 근거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조직 규모와 관계없이 CEO는 감독자인데 금감원이 DLF 사태보다 강한 징계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통보된 징계안은 검사 부서의 의견이기 때문에 제재심의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제재심에서는 검사 부서의 징계안이 대부분 그대로 확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금감원 제재심에 상정된 1,270개 안건 중 96%에 해당하는 1,218건이 검사 부서 의견 그대로 확정됐다.
따라서 제재심에서 징계안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과 함께 그렇게 될 경우 손 회장, 함 부회장이 금감원 징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던 것처럼 해당 증권사 CEO들도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중징계가 최종 결정돼도 전직 대신증권 CEO였던 나재철 현 금융투자협회장의 경우 법적으로 직무수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회사 취업이 4년간 제한되지만 금투협은 금융회사가 아닌 민간 유관기관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3월 퇴임한 김병철 전 사장이 제재 대상이고 이후 취임한 이영창 사장은 영향권 밖인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의 경우 윤경은 전 대표와 함께 지난해 1월 취임한 박정림 현 대표가 제재 대상에 올랐다. /박경훈·이혜진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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