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팝 그룹 BTS(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식을 열고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한다. 이날 상장 행사에는 방시혁 의장 등 빅히트 경영진과 거래소 및 상장 주관사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BTS는 해외 일정상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와 빅히트는 이날 행사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할 방침이다.
상장 행사도 기대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 입성하는 빅히트의 주가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좀 더 쏠려있다. 빌보드 1위 곡을 낸 그룹이자 지금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보이 그룹으로 꼽히는 BTS의 기획사인 만큼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2배로 형성한 후 상한가로 직행)’은 기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공모가가 애당초 에스엠(SM), JYP 등 다른 기획사 대비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팽팽하다.
1억 투자하면 2주…‘따상’하면 43만원 벌어
빅히트는 앞서 5일과 6일 양일간 진행한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58조4,000억여원의 증거금이 몰리며 6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경쟁률이 600대 1을 넘어서면서 1억원을 증거금으로 낸 투자자는 2주를 배정받았다. 빅히트가 상장일인 이날 ‘따상’을 기록한다면 2주를 받은 투자자의 수익금은 43만2,000원이다. 앞서 기업공개(IPO) 대박을 기록했던 카카오게임즈의 사례처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가는 ‘따상상’을 기록하게 되면 약 64만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빅히트 주가가 공모가보다 크게 상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증권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증권가가 제시하는 목표 주가는 16만원~38만원으로 범위가 상당히 넓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BTS의 완전한 콘서트가 가능한 2022년을 기준으로 빅히트의 시가총액이 1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38만원으로 제시했다. 이기훈 연구원은 “글로벌 1위 아티스트인 BTS 세계관의 가치와 플랫폼 ‘위버스’와의 시너지, 빅히트가 글로벌 음악 산업의 혁신 그 자체임을 감안할 때 적절한 밸류에이션”이라며 “BTS가 일으킬 매출액이 늦어도 2년 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며 빅히트의 2022년 예상매출액은 1조9,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메리츠증권의 경우 업계 1위 프리미엄을 적용해도 적정주가가 16만원 수준이라고 보수적인 판단을 내렸다. 이효진 연구원은 “BTS가 글로벌 탑급 아티스트인 것은 맞지만 BTS의 가치는 빅히트가 아닌 BTS에 귀속된다”며 “IP가 아티스트 본인에 소유된다는 업계 한계를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프리미엄 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따상만 해도 시총 12조원…‘따상상’은 글쎄
나머지 대다수 증권사들은 상장 후 적정 기업가치를 약 7조원에서 10조원 사이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는 최대 29만원 선으로 제시했다. 이들의 의견에 따르면 빅히트의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따상상’까지는 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빅히트가 상장 직후 시초가의 2배가 형성돼 곧장 상한가로 직행하는 ‘따상’만 해도 시가총액은 5조원에서 단숨에 12조원이 된다. KT&G, 삼성생명 등 시총 30위권 내의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셈이다. 반면 대부분 증권사는 빅히트의 적정 기업가치를 이보다 낮은 10조원 선으로 산정하고 있다.
물론 카카오게임즈 역시 증권가 목표가는 3만~4만원으로 평가됐지만 실제로는 증권가 판단보다 2배 이상 주가가 치솟았던 바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급등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빅히트가 코스피200에 조기 편입하게 될 경우 지수 등을 추종하는 수백 억원 규모의 패시브 자금이 유입돼 주가를 받쳐줄 가능성도 크다. 현재 코스피200 지수에 조기 편입되기 위한 시가총액의 마지노선은 4조 5,000억여원이다. 그렇기에 빅히트가 공모가 수준의 주가만 내달 4일까지 유지한다면 12월 11일 지수에 조기 편입될 수 있다.
하지만 빅히트는 공모가도 높고 물량 부담도 커 상장 후 추격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빅히트의 경우 상장 첫날 풀릴 수 있는 유통 가능 물량이 상장 예정 주식 수의 29.7%에 달하는 1,005만 주로 적지 않다. 공모를 통해 428만여 주를 배정받은 기관투자자들은 약 78%가 15일에서 6개월에 이르는 의무 보유 확약을 했지만 1개월 내에 풀릴 수 있는 물량이 152만8,879주(35.68%)에 이른다. 3개월 후에는 76만 5,179주, 6개월 후에는 106만 3,100주(24.83%)의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한편 빅히트는 2005년 설립된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지난해 매출액 4,167억원, 당기순이익 639억원을 기록했다. 빅히트의 최대 주주는 지분 34.7%를 보유한 방시혁 의장이다. 방 의장은 빅히트 공모가였던 13만5,000원을 기준으로 지분 평가액이 1조6,709억원에 달한다. 만약 빅히트가 ‘따상’에 성공한다면 방 의장의 지분 평가액은 4조3,444억원에 육박해 단숨에 국내 연예계 주식 부호 1위를 꿰찰 전망이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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