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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공간'에 삶을 더하면 '장소'가 된다

■공간과 장소

이 푸 투안 지음, 사이 펴냄





전염병을 피해 집이라는 장소를 택한 자가격리는 안전을 약속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또 다른 공간을 갈망하며 여행의 자유와 모험을 꿈꾼다. 우리 말로는 ‘곳’으로 통용될 수도 있겠으나, 공간과 장소는 비슷한 듯 다른 단어다. 책의 내용을 미리 정리해 보자면, 물리적 개념인 ‘공간’에 경험과 애착 등의 가치가 녹아들면 ‘장소’가 된다. 많고 많은 도시와 거리가 있지만 추억이 깃든 곳은 특별한 장소가 되는 식이다.

이 공간과 장소 개념을 명확하게 처음 구분하고 정의한 이는 중국계 미국인 인문지리학자 이 푸 투안. 그가 1977년에 쓴 대표저서가 43년 지난 지금 번역돼 출간됐다.



철학자의 사색에 가까운 저자의 인본주의적 분석에 따르자면 공간은 추상적이고 낯선, 아직 경험하지 않은 가능성을 가진 곳이고 장소는 일상적이고 친숙하고 평범한 행위가 일어나는 곳이다. 공간이 자유와 개방성을 갖고 심리적 욕구와 ‘부와 권력의 대상’이 되지만, 장소는 애정과 애착의 대상이자 고유한 정체성과 의미로 가득 찬 ‘인간화된 공간’이다. 부모의 품, 놀이터, 학교나 직장에서의 내 자리, 작은 나무 밑부터 동네, 고향, 국가로 애정이 깃든 장소가 확대된다. 그렇게 ‘장소애’도 생겨난다.

저자는 장소를 뜻하는 그리스어 토포스(topos)와 사랑의 필리아(philia)를 합쳐 ‘토포필리아(topophilia)’를 처음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원제는 ‘Space and Place’. 부제는 ‘공간에 우리의 경험과 삶, 애착이 녹아들 때 그곳은 장소가 된다’. 1만8,5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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