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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은 전력난에 ‘죽은’ 원전도 되살린다는데...

한수원도 필리핀 협조

필리핀 바탄 원전./EPA연합뉴스




필리핀에서 원전 도입에 대한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5일 보도했다. 만성적인 전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34년간 미가동 상태인 원전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르면 2027년부터 원전을 가동하겠다는 것이 필리핀 정부의 구상이다.

동남아 '유일' 원전 다시 가동한다
닛케이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최근 원전 관련 범부처 조직을 신설하고 원자력 이용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기로 했다. 필리핀이 만성적인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전 활용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34년 간 미가동 상태인 ‘바탄 원전’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데 이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상당하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알폰소 쿠시 필리핀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7월 말 에너지 관련 화상 회의에서 “바탄 원전은 현재 휴면 상태에 있지만 경제 상황은 건설 당시와 완전히 바뀌었다”며 원전 도입에 대한 의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에너지 안보 분야에 있어서 원전의 역할에 대해 국민적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은 지난 1976년 바탄 원전 건설을 시작했다가 국민 여론이 악화하면서 완공 직전인 1984년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하고, 원전 건설을 지시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독재정권이 붕괴하면서 완전히 무산됐다. 닛케이는 “바탄 원전은 수도 마닐라 서쪽 바탄주에 있는 동남아 유일의 원전”이라며 “원자로는 현재 파산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만들었으며 발전 용량은 62만kW로 소형 원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로드리도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지난 정권에서도 바탄 원전을 활용하자는 의견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두테르테 대통령 집권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원자력의 필요성과 관련 사업성 및 과제 등을 검증하도록 명령했으며 이에 따라 내년 1월까지 원전 가동의 가능성을 검토하는 보고서를 내놓기로 했다. 에너지부는 공급 에너지원을 다양화하겠다며 이르면 2027년부터 원전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원전 기술력 지원 위해 한국에 'SOS'
필리핀이 전력 부족에 시달린 것은 2001년 전력 민영화를 단행하면서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도 민간 기업들은 투자 리스크를 우려하며 대규모 투자를 꺼려 발전 능력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에 빠진 상태다. 이 때문에 요금도 동남아에서 높은 편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원전 가동에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필리핀은 한국 등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소형 원자로의 사업 가능성을 물색하는 예비조사에 협의했고 러시아의 원자력공사인 ‘로스아톰’은 필리핀의 원전 건설 가능성을 검증하기로 했다.

다만 원전 가동까지 갈 길은 험난한 상황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10월 필리핀의 원전 발전 정책에 대한 보고서를 필리핀 정부 측에 제출했는데 “국민 이해, 관련 법 정비, 인재 육성, 인프라 정비 등 많은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테르테 대통령 대변인인 해리 로케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원전의 옳고 그름을 전제하지 않고 먼저 지역주민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고 닛케이에 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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