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에 전시된 ‘포니·갤로퍼’가 새삼 화제입니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005380)그룹 수장에 오르며 정주영 선대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한 발언과 공교롭게 맞아떨어져인데요. 이를 두고 정 회장이 현대차의 도전정신을 계승하면서도 ‘미래 모빌리티 혁신’에 나서겠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2일부터 ‘현대 헤리티지’라는 이름으로 서울 서초구 양재사옥 1층 이벤트 공간에 포니와 갤로퍼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도전이 내일의 헤리티지가 됩니다”라는 부제가 붙은 ‘현대 헤리티지’는 현대차가 창업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발휘한 도전정신이 바로 그룹의 유산(遺産)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요. 그 대표작이 바로 포니와 갤로퍼죠. “한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모두가 말할 때 현대차는 1975년 12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인 포니를 양산해냈습니다. 이후 포니는 한국 자동차 공업의 자립을 선언하고 한국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포니는 정주영 선대회장과 얽힌 비화가 있습니다. 포니가 나오기 전만 해도 현대차의 상호 아래에는 ‘어셈블러 오브 포드(assembler of Ford)’라고 적혀 있었는데요. 포드 부품을 조립해 파는 업체라는 의미죠. 설계부터 제작, 생산 판매까지 하는 오늘날 현대차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런 현대차가 정주영 선대회장의 지시 하에 고유 모델을 만들기로 한 것이죠.
그런데 포드가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본인들 부품이나 조립하던 회사가 고유 모델을 만든다고 하니 ‘너희가 무슨’이라며 깔보고 공급을 끊은 거죠. 당시 정주영 선대회장은 포드 측과 크게 한판 붙었다고 합니다. 통역은 정세영 회장이 했다고 하는데요, 정주영 선대회장은 호통을 치며 ‘세게 얘기하는데 포드가 놀라는 기색이 없으니 제대로 하라’고 말이했답니다. 이후 포드와 현대차의 관계는 끝이 났습니다.
이후 현대차는 플랫폼 없이 기본 도면만 갖고 1년 만에 포니를 탄생시켰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거죠. 기존 모델의 새로운 세대인 완전변경 모델을 연구개발하고 생산하는데도 6년 정도가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현대차의 불굴의 도전정신이 한국 최초 고유 모델 포니를 만들어낸 셈입니다.
세단 중심의 국내 자동차 시장에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등장한 갤로퍼도 현대차의 도전이 있었기에 탄생 가능했습니다. 갤로퍼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을 이끌던 시기에 현대차와 별도로 만든 차량입니다. SUV 차량 개발 경험이 없던 현대차가 갤로퍼를 내놓기까지도 포니와 같은 우여곡절을 겪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를 이어 도전정신이 넘어온 셈이죠.
이번 전시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14일 취임 당시 밝혔던 것처럼 범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선대회장과 현대차그룹을 세계 5위 자동차 업체로 성장시킨 정몽구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계승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회장 취임을 불과 이틀 앞두고 현대차의 도전정신이 발현됐던 차종들을 사옥 1층에 전시해서 더 그렇습니다. 정의선 회장이 내놓을 현대차 도전정신의 결과물은 무엇이 될까요. 성과들은 속속 나오고 있긴 합니다. 세계 첫 수소전기트럭, 현대차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등.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위해 큰 걸음을 내딛는 현대차의 새로운 헤리티지가 기대됩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현대차 측은 2015년부터 다양한 주제로 헤리티지전을 진행했고 공교롭게 시기가 겹쳤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확대해석은 부담스러운가 봅니다./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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