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시아버지인 고(故) 이기을(97)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에 대한 항일 독립유공자 포상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보훈처에 따르면 이 교수가 지난 4월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을 한 공적을 인정해 달라며 독립유공자 포상 신청을 해 심사를 하고 있다.
함경남도 북청 출신인 이 교수는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40년 ‘중앙고보 5인 독서회’ 사건에 가담했다. 5인 독서회는 이 교수를 비롯해 노국환·유영하·조성훈·황종갑씨 등 중앙고보 4학년생 5명이 조직한 학생 항일 단체다.
당시 교사인 최복현씨의 지도아래 만들어진 이 독서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민족정기와 독립쟁취 등에 관한 토론을 했다. 또 금서로 지정된 ‘도산 안창호’, ‘민족개조론’, ‘사회계약론’ 등의 책을 돌려가며 읽었다.
학생들은 1941년 활동범위를 확대하던 중 황종갑씨의 연락 편지가 일본경찰에 발각돼 독서회의 존재와 활동내용이 드러났다. 이에 이 교수 등 5명의 학생은 100일, 지도교사 최복현씨는 1년간 옥고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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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가 포상을 받게 되면 독립유공자로 등록된다. 독립유공자에게는 보훈급여와 임대주택 우선공급, 국립묘지 안장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지난 13일 이 교수가 별세함에 따라 독립유공자로 등록되면 혜택은 유족이 받는다. 유족에게 지급되는 보훈급여는 훈격에 따라 매월 최소 74만원에서 최고 260만원 가량이다. 독립유공자의 훈격은 건국훈장이 가장 높고 이어 건국포장, 대통령 표창 순이다.
독서회에서 활동했던 이들 가운데는 이미 공적을 인정받아 독립유공자로 등록된 사례도 있다. 지도교사였던 최복현씨는 1977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1990년 재심사를 통해 건국훈장으로 훈격이 높아졌다. 유영하·황종갑씨는 지난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번 포상 심사대상에는 이 교수 외에 노국환·조성훈씨도 포함돼 있다.
보훈처의 한 관계자는 “5인 독서회에서 활동했던 3명에 대한 심사를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고, 그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라며 “늦어도 11월 초에는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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