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자결제 기업인 페이팔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직원들의 재무 건전성을 직접 평가하는 실험에 나서 주목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재정적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받아든 이 회사는 직원 의료비의 60%까지 지원해주는 등 다양한 사내 복지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을 통해 이직하는 직원이 이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페이팔도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파격 실험 배경은...직원 70% '겨우 먹고 살아' 응답에 충격
지난해 페이팔은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재정적인 어려움에 빠져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의뢰했다. 슐먼 CEO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만 해도 급여를 잘 주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전혀 예상과 달랐다. 슐먼 CEO는 “콜센터 및 본사 등 1만명 이상의 페이팔 직원 가운데 3분의 2가 겨우 먹고 살 만큼만 벌고 있었다”면서 “나로서는 매우 큰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뼈 아픈 조사를 받아든 슐먼 CEO는 지난해 10월 직원들의 의료비를 60% 낮추는 등 다양한 지원에 나섰다. 모든 근로자들에게 페이팔 주식을 나눠줬고 급여를 인상했으며 저축을 장려하기 위한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포브스는 “이러한 지원에 수천만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페이팔의 이 같은 정책은 직원들의 충성심 향상에도 기여했다. 페이팔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자본주의 업그레이드 필요...직원 재무건전성에 관심 둬야"
슐먼 CEO는 “직원들의 재무 건전성에 초점을 두는 것은 보다 포괄적이고 공평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취할 수 있는 가시적인 행동”이라며 “이는 우리 직원들과 지역사회를 위한 옳은 일일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의 미래에 대한 큰 투자다. 자본주의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페이팔은 저스트캐피탈과 함께 자사의 정책이 다른 회사들로 확대될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저스트캐피탈의 마틴 휘태커 CEO는 “시장은 우리가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노동을 그저 관리비용으로만 생각하거나 주가 하락을 우려한 나머지 40년 넘게 임금이 정체돼왔다. 기업 리더들과 투자자들은 직원들이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고 그들의 복지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을 이끌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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