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지 닷새 만에 다시 베트남 출장길에 오른다. 이재용 부회장의 베트남 방문은 지난 2018년 10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휴대폰 최대 생산기지로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차기 출장지로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9일 베트남으로 출국해 20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단독 면담을 하고 현지 스마트폰·TV·생활가전 공장도 찾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푹 총리와 단독 면담을 갖는 것은 2018년 10월과 푹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지난해 11월에 이어 세 번째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이 부회장이 푹 총리의 요청에 ‘화답’할 것인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푹 총리는 이 부회장과의 면담 자리마다 “베트남 정부는 삼성의 성공이 곧 베트남의 성공이라고 여긴다”며 베트남에 반도체 생산 공장 등 투자 확대를 요청해왔다.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최대 생산 기지로 하노이 인근의 박닌·타이응우옌에는 스마트폰 공장이, 호찌민 인근에는 TV·생활가전 공장이 있다. 삼성전자는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의 절반인 1억5,000만대를 베트남 박닌·타이응우옌 공장에서 만든다. 올 2월부터는 베트남 하노이 THT 신도시 지구에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공사도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푹 총리와의 만남에서 베트남이 삼성전자 휴대폰 생산의 전초기지로 베트남 경제와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베트남 정부의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푹 총리와 이 부회장 사이에 삼성SDI(006400)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신설과 관한 논의가 오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삼성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베트남 출장은 당초 2월 예정돼 있었다. 이 부회장은 베트남 하노이에 건설하는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센터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이 부회장의 베트남 방문도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베트남 정부가 최근 한국에 대해 외교관과 기업인 등의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패스트트랙(신속통로·입국절차 간소화)’을 적용하면서 이번 출장이 결정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예정대로 베트남으로 출국하면 기업인 중 처음으로 패스트트랙 절차를 적용받는 사례가 된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지연됐던 글로벌 경영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 5월 중국 시안의 반도체 공장 방문 이후 5개월 만인 이달 8일 6박7일 동안 유럽 출장을 떠나 14일 귀국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을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달 줄줄이 잡혀 있는 재판 일정을 앞두고 서둘러 현장경영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달 22일과 26일 각각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이 열리고 다음달 본재판이 시작되면 이 부회장이 직접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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