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환자를 진단하는 의료기기 업체들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AI 의료기기 인허가와 관련한 제도 정비가 속속 마무리되면서 기술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국내 AI 진단기기 업체들의 추가 투자 유치 및 기업공개(IPO)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병리학회는 최근 ‘디지털병리 가이드라인 권고안’을 최종 마련해 발표했다. 그 동안에는 의사가 직접 현미경을 통해 병명을 진단했다면 앞으로는 AI가 딥러닝 등을 통해 축적한 빅데이터로 병명을 판별해내는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권고안은 이 같은 ‘AI 의사’와 관련한 각종 제도 마련에 기준 역할을 하게 된다. 식품의약안전처는 이에 앞서 올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의료기기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기술 발전에 정부 정책까지 뒷받침되면서 AI 의료기기 업체에 대한 IB들의 관심도 높다. 이미 다수의 벤처캐피탈(VC)이 관련 기업들에 투자를 마친 상태다. 딥러닝으로 흉부 엑스레이를 분석해 유방암을 검진하는 의료기기를 개발한 루닛은 중국 최대 VC인 레전드캐피탈을 비롯해 IMM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 등 국내외 유력 FI들로부터 투자받았다. 최근에는 기업가치가 커지면서 VC 뿐 아니라 다양한 FI 투자 유치도 검토 중이다. 루닛 측 관계자는 “최근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 VC 뿐 아니라 자산운용사·증권사들이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AI로 전립선암을 진단하는 딥바이오 역시 네오플럭스 등 다수의 VC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상장을 앞둔 업체들도 있다. 현재까지 가장 빠른 상장 가능성을 보이는 회사는 뷰노다. 엑스레이 영상으로 뼈 나이를 판독하는 기술을 개발한 회사로 최근 거래소 상장심사를 통과했다. 뒤를 이어 딥노이드도 조만간 IPO 일정에 돌입한다. 딥러닝 기반 AI 플랫폼 딥파이(DEEP:PHI)를 통해 각종 질환의 진단을 보조하는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별도의 코딩 과정 없이 AI 연구를 시행,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돕는 플랫폼으로 의료 현장에서 유명세를 탔다. 기술성도 이미 인증받았다.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오를 예정으로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이크레더블에서 모두 A등급을 받아 기술심사는 통과했다. 조만간 거래소에 상장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최우식 딥노이드 대표는 “지정감사가 끝나는 11월 중 예심을 청구할 것”이라며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최근에는 의사들이 먼저 딥노이드의 제품을 찾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달에는 94억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에 성공했으며 아주IB투자, LB인베스트먼트 등 유력 재무적투자자(FI)들이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IPO가 활성화 될수록 투자금 회수가 용이하기 때문에 상장사가 늘면 IB 업계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IPO 전문 투자자인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제이엘케이 상장 이후 AI 의료 기업들이 IPO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시장 분위기와 성장성에 기대 무리하게 기업가치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공모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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