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앞두고 국산화가 필요했던 소재를 우리 손으로 양산하게 됐습니다. 포스코가 제철보국 소명으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듯이, 소재보국의 꿈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김도형 포스코케미칼(003670) 에너지소재 연구소장(상무·사진)은 지난 14일 포항 RIST(포항과학산업연구원)의 이차전지연구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전기차의 ‘심장’이 배터리라면, 포스코케미칼은 심장의 혈관 역할을 하는 핵심 소재인 양극·음극재를 제조한다. 최근 기세를 높이고 있는 ‘K배터리’의 성공도 포스코케미칼과 같은 소재업체들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주행거리와 수명이 늘어나려면 소재의 성능개선과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지난 7월에 시작된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 공장 건립을 대표적인 소재 국산화 노력으로 꼽았다. 포항에 지어질 이 공장은 2023년 완공되며 총 1만6,000톤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인조흑연 음극재는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급속충전 성능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소재다. 이전까지 일본과 중국에서 전량 수입해야했지만, 포스코케미칼의 과감한 사업 진출로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김 소장은 “후발주자로 중국의 제조원가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라며 “중국과 일본이 마음먹고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섰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지렛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8월 1회 충전시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3세대 전기차 배터리에 활용될 NCMA 양극재 양산라인에 2,895억원을 투자해 3만톤 규모의 설비 증설에 들어갔다. NCMA 양극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에 알루미늄을 첨가한 것으로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꼭 필요한 소재다. 이렇게 4가지 소재를 조합한 양극재를 ‘사원계’라고 부른다. 김 소장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 가격이 비싼 코발트를 덜 쓰는 사원계 양극재를 통해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성능·가격 경쟁이 가능해졌다”면서 “사원계 양극재가 대세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차세대 소재 개발 노력도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테슬라가 언급해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실리콘 음극재의 경우다. 실리콘은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에 쓰이는 음극재(음극 활성 물질)인 흑연보다 약 10배의 리튬을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실리콘은 충전될 때 팽창해 파손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그간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 하지만 나노기술을 적용하면 실리콘이 리튬을 흡수하며 팽창할 때 부서지지 않게 만들 수 있다. 김 소장은 “실리콘 카본의 나노 복합체 기술을 활용해 기존 제품 대비 성능을 크게 높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현재 전지제조사에서 기술 평가를 받고 있으며 4세대 전기차 상용화되는 시점인 2024년부터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에서 ‘꿈의 배터리’로 여겨지는 전고체(電固體) 배터리 개발에도 기여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획기적으로 높고, 폭발 위험이 없다. 다만 소재 가격과 성능이 기술 개념을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김 소장은 “전고체 전지를 위한 선행연구 차원에서 리튬메탈 음극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용량 배터리를 구현하는 데 있어 흑연은 용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수한 용량과 낮은 밀도를 갖고 있는 리튬메탈을 중심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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