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세를 달리던 현대·기아차(000270)가 암초를 만났다.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올 3·4분기 실적에 총 3조원이 넘는 엔진 품질 비용이 충당금으로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실적은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단기간 투자심리 위축으로 주가가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005380)는 전 거래일보다 2.33%(4,000원) 하락한 16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차도 전 거래일 대비 0.95%(450원) 내린 4만6,70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전기차 화재 이슈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다 그간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는 그간 실적 호조에 대한 기대감 등이 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올해 3·4분기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1조1,388억원, 5,804억원 수준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0.87%, 99.10% 늘어난 수치다. 이에 현대차의 경우 올 7월 10만원도 안 되던 주가가 최근 2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기아차 역시 7월 초 약 3만2,000원선에서 최근 5만1,000원을 넘어서는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날 장 마감 후 엔진 품질 비용을 반영하겠다고 알려 기대와 달리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2조1,000억원, 1조2,600억원 규모의 품질 비용을 3·4분기 충당금으로 반영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에 이번 분기 성적표는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낮아지는 실적 기대와 함께 주가도 약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현대·기아차가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제거한 측면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진단도 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에 대한 기대가 크게 꺾이게 되는 상황이 발생돼 단기간 주가에도 좋지 않을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미래차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악재를 털어버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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