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 인하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보다 먼저 최고금리를 낮춘 일본에서는 ‘금리책정 합리화’ 등의 효과는 있었지만 불법 대부업 이용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여신금융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일본 대금업 규제 강화 이후 10년간의 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10년 6월부터 출자법 상의 최고금리를 연 29.2%에서 20%로 인하했다. 이에 앞서 2008년에는 ‘지정신용기관제도’를 도입해 대금업자가 대출자의 대출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일정 규모 이상의 대출 실행 시 소득자료 제출을 의무화했다. 아울러 △미등록 대금업 처벌 강화 △과잉 채권추심행위 금지 △대금업무 취급자격 시험제도 도입 및 합격자 배치 의무화 등 대금업계 전반의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규제 강화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일본 대부업 시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우선 대부업체에 혹독한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다. 올 3월 현재 등록 대금업체는 1,647개로 2009년 3월 대비 73.3%가 급감했다. 총 대출잔액도 10년 전 15조 4,000억원엔에서 12조 4,000억엔으로 줄었다. 특히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2009년 11조엔에서 절반 이하인 4조 1,000억엔으로 감소했다. 보고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이에 따른 평균 약정금리 하락으로 대금업체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 원인”이라며 “일본 최고재판소가 ‘그레이 존(grey zone) 금리’에 대해 소급 및 반환 판결을 내려 대규모 대금업체를 중심으로 비용부담이 크게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레이존 금리란 이자제한법 상 최고금리인 15~20% 와 출자법 상 최고금리인 29.2% 사이를 말한다. 이자제한법 상 금리를 어긴 것이 되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공공연히 20~29.2%의 대출 금리를 받아온 업체가 있었는데, 이들에 대해 이자 소급 및 반환 결정이 나와 대부업체가 타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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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소규모 대금업체의 퇴출이 발생했고, 살아남은 업체는 대형화 및 금융계열사화해 시장 전체의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며 “지정신용정보기관 제도로 다른 금융업권 수준의 여신심사 시스템을 갖춰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고 금리분포가 다양해지는 효과도 관측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출 수요에 상응하는 자금공급이 이뤄지지 않았고 불법 대금업 이용도 늘어나는 부작용도 지적됐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일본 금융청 조사에 따르면 대금업 이용 경험자 중 원하는 액수의 대출을 받지 못한 비율은 2010년 30.3%에서 올해 43.2%로 늘었고 불법 대금업 이용 경험자도 같은 기간 1.2%에서 8.8%로 뛰었다. 아울러 은행 등 다른 업권이 대금업자의 신용보증을 통해 고금리 대출을 취급하고, 대손 발생 시 해당 대금업자가 대위변제를 수행해 대금업법 상의 규제를 회피하는 문제도 지적됐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일본 사례를 볼 때 중저신용자의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외형적 규제 보다는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며 “신용정보 공유 및 이용을 활성화해 합리적인 금리가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대손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한편 대출업체의 자금조달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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