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기조에 불을 처음 지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2016년 대선 후보시절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노후원전 수명연장 불허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원전 소재지인 경주에서 지진까지 발생하자 원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었다.
문 대통령 취임 후인 2017년 6월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국내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이 열렸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1970년대 이래 40여년간 이어졌던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의 전면 폐기를 공식화한 장면이었다. 문 대통령은 수명이 남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겠다는 계획도 이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건설 백지화를 공약했던 신고리 5·6호기 존폐를 결정하기 위해 그해 6월 시민 공론화를 추진했다. 시민참여단 471명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됐고 3개월간의 공론화 과정이 진행됐다. 다만 최종 설문 결과 59.5%의 시민 대표가 건설 재개를 요구하면서 공사는 예정대로 재개됐다.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발맞춰 관료 조직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12월 2030년까지 원전 11기의 폐로를 통해 총량을 6기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다. 특히 설계 수명이 남은 월성 1호기는 이듬해부터 전력계획에서 배제, 조기 폐쇄 방침을 굳혔다.
이어 2018년 6월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사회를 소집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2012년 가동 중단 예정이던 월성 1호기는 7,000억 원을 들여 보수를 마치고 2022년 11월까지 설계 수명을 늘려둔 상태였다. 하지만 이사회는 돌연 월성 1호기의 계속 가동에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폐로를 강행했다. 논란이 일자 지난해 9월 국회 요청으로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감사가 진행 중이던 12월 영구 정지를 확정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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