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기운이 ‘가을 징크스’보다 강했나 보다. 대투수지만 포스트시즌이면 작아지곤 했던 클레이턴 커쇼(32·미국)가 고향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무대를 주름잡았다.
커쇼는 2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벌어진 제116회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7전4승) 1차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팀의 8대3 승리를 이끌었다. 정교한 속구 제구와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삼진을 8개나 잡았고 안타는 단 2개만 허용했다. 역대 두 번째로 포스트시즌 통산 200탈삼진도 돌파(201개)했다. 투구 수는 단 78개. 2대0이던 5회 케빈 키어마이어에게 맞은 솔로 홈런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다저스는 32년 만의 우승을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코로나 여파로 올해 월드시리즈는 중립지역인 알링턴에서 열렸고 인근 댈러스의 하이랜드파크고교를 졸업한 커쇼는 고향에서 월드시리즈 통산 2승(2패)째를 챙겼다. 3년 만의 월드시리즈 승리다. 커쇼는 이날 전까지 월드시리즈 5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5.40으로 부진했다. 포스트시즌 1차전 선발 통산 성적은 10경기 4승5패, 평균자책 5.86이었는데 이날로 1차전 약점도 덜어낸 셈이다. 다저스는 5회 7번 크리스 테일러, 8번 키케 에르난데스의 연속 적시타 등으로 4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탬파베이는 1대8이던 7회 2점을 따라갔지만 이후 잘 맞은 타구가 투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면서 더블 아웃으로 추격 의지가 꺾였다. 탬파베이 좌타자 최지만은 1대8이던 7회 1사 2·3루에 대타로 등장했다. 하지만 다저스가 최지만을 의식해 곧바로 우완투수에서 좌완으로 바꾸자 탬파베이도 최지만을 불러들이고 우타자 마이크 브로소를 냈다. 타석에 서지 못한 최지만은 한국인 타자 최초의 월드시리즈 출전에 만족해야 했다. 양 팀의 2차전은 22일 오전9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한편 이날 경기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중 5명의 사진을 각각 붙인 패널이 관중석 맨 앞줄에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 확산 우려에 약 1만1,000여명의 관중만 받은 가운데 가짜 관중 패널이 빈 좌석을 채웠는데 미국프로풋볼(NFL) 최고 스타인 톰 브래디 등의 패널보다 BTS 패널이 더 앞에 놓였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의 한 코너는 “와 이거 봐, BTS가 월드시리즈에서 ‘다이너마이트 시트(dynamite seat)’를 차지했어”라고 소개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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