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 사업부문(BU)장들과 그룹 지주사 실장급 임원들에게 주요 경영 현안을 보고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그룹 실적이 급전직하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내년 경영계획 수립과 분위기 쇄신 작업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10조3,000억원에 인텔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SK그룹은 이날부터 최태원 회장 주재로 사흘간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 돌입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날 유통·화학·호텔서비스·식품 BU장 4명, 지주사 실장 6명과 함께 오찬을 했고 전일에는 주요 경영 현안 보고를 받았다. 신 회장은 지난 8월 일본으로 출국해 현지 사업을 챙기다가 지난주 말 귀국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유통·화학 양대 사업 실적이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연말 임원 인사 등을 통한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올 8월 ‘2인자’였던 황각규 부회장이 용퇴했고 이에 따라 롯데하이마트를 이끌던 이동우 사장이 지주 대표이사로 올랐다. 이 신임 대표의 취임 일성은 “그룹 포트폴리오와 미래 전략 개선”이었다.
최근에는 롯데쇼핑 핵심 요직인 기획전략본부장에 컨설팅회사인 보스톤컨설팅 출신의 정경운 상무를 앉혔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8월 인사도 이례적이고 롯데쇼핑 핵심 자리에 외부 인사를 앉힌 것도 파격적”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서열 3위 SK그룹도 내년 경영계획 전략을 짜기 위해 제주에서 CEO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CEO 세미나에는 최 회장뿐 아니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그룹 수뇌부가 참석한다. 무엇보다 인텔 낸드 사업 인수 발표 직후 CEO 세미나가 열린다는 점에서 향후 SK하이닉스를 정점으로 하는 메모리반도체 사업 전략에 대한 논의가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최 회장이 강조해 온 기업의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ESG) 중심 경영 주제를 놓고도 열띤 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은 최근 그룹사 전체에 본인 명의로 e메일을 보내 “매출·영업이익 같은 숫자로만 우리를 보여줄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연계한 실적 및 주가,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꿈을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생존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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