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는 다음 달 1일 오사카부(府)와 오사카시(市)의 행정통합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오사카부는 일본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가운데 하나로 한국의 도(道) 같은 광역단체이고, 오사카시는 한 단계 아래의 33개 도시 중 하나다. 부와 시를 합쳐 ‘오사카도(都)’를 만드는 통합안에 대해 주민 의견의 묻는 것이다. 두 곳을 결합해 도쿄도와 버금가는 ‘메가시티’ 오사카도를 만들어 서일본 지역의 수도로 삼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오사카시는 인구 270만명의 일본 3대 도시이자 서부권 경제 중심지로, 인구는 오사카부(약 880만명) 보다 작지만 도시 위상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나란히 있는 두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력이 중복돼 각종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1981년 분리됐던 대구와 경북이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도권 집중으로 갈수록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두 광역단체를 하나로 통합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내년이면 행정분리 40년째를 맞는 대구경북은 현재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인구감소세를 제어하기가 역부족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지난 40년 동안 38.6% 증가할 때 대구경북은 3.1% 증가하는데 그쳤다. 사실상의 감소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구경북에서는 영덕군 하나가 사라질 정도인 3만4,733명이 감소했다.
지난 달 21일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오사카의 통합추진 사례를 언급하며 “오사카 역시 우리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다”며 “대구경북이 살아남기 위해 행정통합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메가시티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대구경북이 합치면 510만명의 잠재적인 시장을 배경으로 국제공항과 국제항만(포항 영일만항)을 동시에 갖춘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매력적인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고 행정통합 필요성을 역설했다.
연내 행정통합에 대한 시·도민 공감대를 형성한 후 이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주민투표를 통해 행정통합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이후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선출하고 같은해 7월 통합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잡고 있다.
국내에서 광역단체 간 행정통합이 추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마산·창원·진주 등 기초지자체의 통합 사례는 있었지만 광역단체로서는 대구경북이 처음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권 시장과 이 지사가 큰 틀에서 행정통합에 합의했으나 통합자치단체 명칭, 대구시 지위, 통합청사 위치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아서 아직 갈 길은 멀다.
만약 대구경북이 행정통합을 실현하게 되면 통합지자체는 각종 지표에서 단숨에 서울시와 경기도에 이어 국내 3위 지자체가 된다. 면적 1만9,916㎢, 인구 511만명, 지역내총생산(GRDP) 165조원, 수출액 452억달러, 지방세 6조8,621억원 등으로 도시경쟁력이 수직 상승하는 것이다. 특히 대구에 교육·문화, 경북에 산업제조 기반 등 역할 분담으로 대구경북 전체를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다.
통합신공항 이전도 대구경북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통합신공항 이전지가 우여곡절 끝에 공동후보지인 군위 소보·의성 비안으로 확정됨에 따라 대구 도심에 있는 군공항(K-2)과 대구국제공항을 이곳으로 옮기게 된다.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되는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은 대구경북에 천문학적인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기부 대 양여는 사업시행자가 자금을 조달해 공항을 이전하고 종전부지를 양여받아 개발수익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지사는 “신라 삼국통일 이후 대구경북에서 이뤄지는 가장 큰 사업”이라며 통합신공항 건설의 파급효과를 강조했다.
도심 군공항의 외곽 이전은 광주·수원 등에서도 동시에 추진됐지만 대구에서만 진척되고 타 지역은 주민 반대 등으로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행정통합과 통합신공항 이전 모두 아직 국내에서는 실현된 적이 없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연대와 협력을 기반으로 대구경북이 추진하고 있는 이들 메가 프로젝트의 성패에 시·도민은 물론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안동·구미=손성락·이현종기자 ss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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