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위기의 순간마다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과감하고 선제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이 회장은 지난 1987년 12월 회장 취임사에서 “삼성은 이미 한 개인이나 가족의 차원을 넘어 국민적 기업이 됐다”며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1988년 3월에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1990년대까지 삼성그룹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발전시키겠으며 앞으로 각종 사회봉사 사업을 비롯한 문화진흥 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별도의 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미래 비전을 밝혔다. 협력업체와의 상생도 한발 앞서 강조했다. 이 회장은 1989년 1월 신년사에서 “삼성의 협력업체도 바로 삼성 가족”이라며 “그들에게 인격적인 대우와 적극적인 지원을 해 회사와 협력업체가 하나의 공동체이며 한가족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줌으로써 참된 공존공영을 이루는 것이 인간중시 경영”이라고 역설했다.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에서 “앞으로 세상에서 디자인이 제일 중요해진다”며 “성능이고 질이고는 이제 생산기술이 다 비슷해지는 만큼 앞으로는 개성을 어떻게 하느냐,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며 위기의식도 끊임없이 주문했다. 그는 IMF 사태 직전인 1997년 1월 신년사에서 “지난 10년 동안 세기말적 변화에 대한 기대와 위기감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며 “우리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삼성은 물론 나라마저 2류·3류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하면서는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앞으로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인재의 중요성도 설파했다. 이 회장은 1997년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다른 나라는 남자·여자가 합쳐서 뛰고 있는데 우리는 남자 홀로 분투해 마치 바퀴 하나는 바람이 빠진 채로 자전거 경주를 하는 셈”이라며 “이는 실로 인적자원의 국가적 낭비”라고 진단했다. 2011년 여성 임원 오찬에서는 “여성 임원은 사장까지 돼야 한다”면서 “임원 때는 본인의 역량을 모두 펼칠 수 없을 수도 있으나 사장이 되면 본인의 뜻과 역량을 다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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