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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유치 위해 170일간 해외출장, 레슬링 金 40개 조력… ‘체육인’ 이건희

[이건희 회장 별세]

인기·비인기종목 가리지 않고 후원

20년간 IOC위원 맡아 영향력 발휘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 당시 평창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순간에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년 반 동안 11차례, 170일간의 해외출장’.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열정 넘치는 ‘체육인’이기도 했다. 서울사대부고 재학 시절 실제로 레슬링 선수 생활도 했던 이 회장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의 주역이기도 하다. 조국의 첫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1년 반 동안 11회에 걸쳐 170일간이나 해외출장 일정을 소화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2010년 밴쿠버대회 현장을 시작으로 평창 개최가 결정된 이듬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총회까지 직접 참석했다. 더반 총회에서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올림픽 개최지로 “피영창”을 발표하자 이 회장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10여년간 매년 10억원 가까운 금액을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지원해 선수들의 ‘안방 올림픽’ 활약을 도운 것도 이 회장이다.

이 회장은 애틀랜타하계올림픽 기간이었던 지난 1996년 7월 IOC 위원에 선출돼 2017년 8월 건강을 이유로 위원직을 내려놓기까지 20년 넘게 스포츠외교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IOC 위원은 ‘스포츠외교관’으로 통한다. 올림픽 개최국과 종목 등의 결정에 참여하며 자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통로 역할을 한다. 2012런던하계올림픽에서 박태환이 석연치 않은 실격 위기에 처했을 때 현장에서 발 빠른 조치를 지시해 불이익을 막은 것도 이 회장이다. 삼성은 올림픽 공식후원사 중 최고 지위를 가진 톱스폰서이자 회장이 IOC 위원으로 활동하는 기업으로 IOC 내에서도 손꼽히는 입지를 다졌다.



이 회장 주도로 꾸려진 삼성스포츠단은 인기·비인기 종목을 가리지 않고 스포츠를 후원했다. 이 회장은 1982∼1997년 제21∼24대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을 지내며 한국 레슬링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이 회장 재임 시기 한국 레슬링은 올림픽 7개, 아시안게임 29개, 세계선수권 4개 등 40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1982년 프로 원년부터 2001년까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구단주를 지냈으며 삼성은 이 회장의 뜻을 이어 프로야구·프로축구·프로농구·프로배구단·탁구·레슬링·배드민턴·육상·태권도팀을 운영하고 있다.

생전에 스키·탁구·테니스·골프 등을 즐긴 이 회장은 1997년 12월 발간된 에세이에 이렇게 적었다. “스포츠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은 어떤 승리에도 결코 우연이 없다는 사실이다.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선수라도 노력 없이 승리할 수 없다. 모든 승리는 오랜 세월 선수·코치·감독이 삼위일체가 돼 묵묵히 흘린 땀방울의 결실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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