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일정 부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정부와 여당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점도 향후 지배구조 재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2억4,927만주(지분율 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주(0.08%), 삼성생명 4,151만주(20.76%), 삼성SDS 9,701주(0.01%), 삼성물산 542만주(2.88%)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핵심은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이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건희 회장,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0.7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19.34%)보다도 많다. 여기에 삼성전자 주식도 4.18%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7%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앞으로 지배구조를 강화하려면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76% 가운데 일정 부분을 상속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기준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0.06%에 불과하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5.01%)과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을 활용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이 이 회장 지분을 모두 확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삼성물산은 이미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문화재단(4.68%)과 삼성생명공익재단(2.18%) 등 이 부회장의 우호지분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일부를 처분할 가능성도 있다.
변수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삼성생명법’이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 가운데 3%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해야 한다. 금액으로는 20조원에 이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상당수를 처분해야 한다”며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이 부회장 등에게 어떻게 분배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5월 ‘뉴 삼성’을 선언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언급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가 유력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사업지주회사와 삼성생명을 축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로 나누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5월 대국민 사과 회견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지배구조 개편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당장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20%를 보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십조원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삼성전자·삼성물산 지분을 상속받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 체제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점도 변수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됐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의 주가를 띄우는 대신 삼성물산의 주가를 낮추기 위해 삼성이 부정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당시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합법적인 활동”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동생들이 이 부회장에 비해 미미한 지분을 갖고 있어 경영권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이 극히 낮은데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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