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 기업들이 컨테이너선을 확보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얼어붙었던 미국, 유럽행 수출이 회복하고 있지만 배가 없어 물건을 실어 나를 수 없는 것이다. 공급이 빠듯해지자 운임료마저 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1,469.03을기록했다. 연 최고치인 동시에 201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SCFI는 최근 3개월간 한차례를 제외하고는 매주 연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우리 수출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항로인 미주 서안은 1FEU(4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3,865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기간(1,361달러)보다 3배로 뛰었다. 유럽 항로 운임도 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1,100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해상 운임 강세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해운업계가 신속히 선복 감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물동량 감소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사들이 대규모 결편을 통해 공급조절을 시도한 것이다. 이후 중국과 미국이 셧다운(봉쇄) 조치를 해제하면서 물동량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수리·정비에 들어간 선박들을 다시 투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있는 배들은 중국~미국 노선에 집중 투입됐다.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 선사인 HMM(011200)이 수출기업들의 요청에 3개월 연속 북미 서안 항로(부산~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컨테이너선 4척을 긴급 투입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수출업체 관계자는 “수출용 컨테이너가 부족해 장기 서비스 계약을 맺은 화주더라도 할증료를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며 “HMM만으로는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했다.
해상 운송의 대안인 항공 화물 운임도 작년에 비해 크게 올랐다. 홍콩에서 발표하는 화물 운송 지수 TAC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상하이-북미 항공 화물 요금은 전주 대비 30% 오른 kg당 8.60달러를 기록했다. 일반 운임보다 25%가량 높은 것이다. 수출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과 같은 수출국에 해운업은 포기할 수 없는 ‘안전 인프라’”라며 “2016년 한진해운의 몰락을 외면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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