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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별세] 정·재계, 언론계 아우르는 삼성家...LG 등과 직간접 혼맥도

■한국 최대의 재벌가문 삼성

신세계·CJ 등 삼성의 방계 기업

한진·아모레퍼시픽 등과도 연결

중앙일보·동아일보와는 사돈관계





삼성가(家)는 정·재계, 언론계를 아우르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대 재벌 가문이다.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이 기반을 닦아놓은 범삼성 계열인 신세계·CJ는 물론 LG·대상·금호 등 재계, 중앙·동아일보 등 중앙 언론계와도 혼맥으로 연결돼 있다. 단순히 재계 서열 1위 기업 일가 구성원의 혼사가 아닌 재계와 언론계, 영남과 호남, 심지어 경쟁사 간의 혼사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의 여동생인 이명희 회장은 재계 서열 11위의 신세계 그룹을 일궜고 형인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물려받은 설탕·조미료 회사 제일제당은 이 명예회장의 자녀 이재현 회장·이미경 부회장 세대에 들어 글로벌 문화콘텐츠·식품 기업으로 폭풍 성장했다. 유통업계 중심에 있는 신세계와 CJ 모두 삼성의 방계 기업들인 셈이다.

혼맥으로 형성된 삼성 일가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바로 이 회장의 장인인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이다. 호암에게 홍 전 회장은 둘도 없는 사업 동반자였고 이 회장에게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경영 스승이었다. 이 회장은 자신의 에세이에 ‘기업 경영과 관련된 정치·경제·법률·행정 등의 지식이 어떻게 서로 작용하며 이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홍 전 회장에게 배웠다고 썼을 정도로 그를 진심으로 존경했다. 이 회장은 홍 전 회장의 장녀 홍라희 전 리움 관장과 지난 1967년 결혼했다.

이 회장과 혼인으로 맺어진 홍씨 일가는 경제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홍 전 회장의 장남이면서 이 회장에게는 처남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은 이번 정부에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에 임명됐다. 홍석현 전 회장의 부인은 박정희 정권 때 중앙정보부장,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을 지낸 신직수씨의 딸 신연균씨다. 홍 전 회장의 차남은 홍석조 BGF그룹 회장, 삼남은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이다. 최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와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장남 홍정환씨의 결혼식에 홍라희 전 관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 총수 일가가 참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홍 전 회장의 막내아들이고 막내딸 홍라영씨는 국무총리를 지낸 노신영씨의 차남 노철수씨와 결혼했다. 홍라영씨는 2017년까지 삼성미술관 리움의 총괄부관장을 지내기도 했다.



삼성의 혼맥은 전자업계 라이벌 LG와도 연결된다. 이 회장의 둘째 누나 이숙희씨가 구인회 LG 창업주의 삼남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부인이다. 구 회장은 호텔신라 사장을 지내는 등 삼성 계열사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2013년 이 회장의 장모 김윤남 여사 장례식에 고 구본무 당시 LG 회장이 사돈 자격으로 조문을 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구자학 회장의 막내딸 구명진씨가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아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과 결혼해 이 회장의 혼맥은 한진가까지도 간접적으로 닿는다.

2009년 이혼하기는 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씨와 결혼해 삼성은 한때 대상그룹과도 연을 맺었다. 대상은 조미료 ‘미원’을 앞세워 제일제당 ‘미풍’과 경쟁하던 기업이라는 점에서 당시 경제계 이슈가 되기도 했다. ‘미원·미풍 전쟁’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라이벌 관계였던 양사가 혼사로 이어진 것이다. 호암이 생전 자신의 마음대로 하지 못한 세 가지로 자식과 골프, 그리고 대상그룹의 미원을 꼽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아울러 대상이 호남에 뿌리를 둔 기업이라는 점에서 영호남 대표기업의 혼사로도 주목을 받았다.

대상그룹과의 인연은 또 다른 호남지역 기반 기업인 금호그룹과도 연결된다.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임창욱 회장의 부인이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장모가 금호그룹 창업주의 딸이었던 셈이다.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은 삼성 공채 출신의 평범한 회사원이던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과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2014년 이혼했다.

삼성 혼맥은 언론계로도 뻗어 있다. 이 회장의 차녀 이서현 이사장의 남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스포츠마케팅 연구부문 사장은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김 사장의 형이 김재호 현 동아일보·채널A 대표이사다. 이 회장이 1966년 입사해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곳도 장인인 홍 전 회장이 있었던 동양방송이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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