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앱 마켓 결제시스템 강제와 수수료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되고 있는 일명 ‘구글 갑질방지법’이 자칫 애꿎은 중소 개발사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 관련 입법을 서두르는 가운데 발의안 중 ‘모든 앱 마켓에 콘텐츠 출시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중소 개발자들에 상당한 비용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 마켓에만 출시하던 중소개발사들의 시장 경쟁력이 더욱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국회에는 구글과 관련해 6건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구글이 내년부터 ‘인앱결제(In-App payment·IAP)’ 시스템을 게임 외 모든 디지털 콘텐츠를 유료 판매하는 앱에 적용하고, 이를 근거로 30% 수수료를 징수하게 되면서다. 이에 이 같은 인앱결제 강제 적용을 전기사업법상 금지행위에 추가하는 등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27인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법안 등은 구글을 잡기는 커녕 오히려 중소 개발사들에 부담을 키워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 의원 안을 살펴보면 “독점적 앱 마켓 시장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앱 마켓사업자들이 앱 마켓 시장에서 유효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모바일콘텐츠 사업자의 콘텐츠가 특정 앱 마켓사업자에게 제공되는 경우 다른 앱 마켓사업자에게도 차별 없이 제공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모든 앱 마켓에 앱을 의무적으로 출시하라는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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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업계는 출시 단계는 물론 앱 서비스 전 과정에 걸쳐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반발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 삼성 갤럭시스토어 등 각 앱 마켓은 서로 상이한 시스템과 정책을 가지고 있어 각 플랫폼에 따른 버전별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영세한 스타트업들은 한정된 개발 인력과 비용으로 효율을 내기 위해 각 모바일 디바이스 OS(운영체제)에서 우세한 앱 마켓에 선택적으로 앱을 출시해왔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개발사들은 모든 앱 마켓에 맞춘 개발 및 업데이트 서비스 등을 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영어 교육 앱을 서비스하는 한 스타트업 개발사 대표는 “앱은 만들어놓고 올리면 그만인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무작정 모든 마켓에 다 출시하라고 하는 건 스타트업이나 중소 개발자 입장에서 큰 부담”이라며 “한정된 인력이 분산되면 개발사의 퍼포먼스를 떨어뜨려 서비스의 질 자체가 하락할 수 있어 진정 고객들을 위한 법인지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중견 게임사인 컴투스의 한 관계자도 “서비스 마켓 확대를 위해서는 별도의 개발 빌드, 론칭 및 업데이트, 운영을 위한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해 각 게임별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출시를 진행하고 있다”며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각각의 개발사들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마켓 출시 전략도 이를 위한 선택적 판단에 근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더해 엉뚱한 입법으로 그간 플랫폼에서 부담하던 앱 마케팅 비용이나 출시 비용 등을 앱 사업자에 부과하는 방향으로 구글이 정책을 선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는 지난 22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식으로 법안이 진행되게 된다면 이용자와 개발자에게 책임을 지키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사업 모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발자를 무상 지원해줄 것도 아니면서 왜 입법으로 비용을 개발사에 떠넘기는지 모르겠다”며 “구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여야는 다음달 4일 관련 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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