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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로 만든 명품 브랜드 쇼룸…"1년에 6억 쓰는 영리치 사수하라"

백화점, 2030 VIP 고객 확보에 사활

롯데百, 최상위 고객 50팀 따로 초대

온라인 패션쇼 영상·VR 쇼룸 제공

행사 기간 영 VIP 매출 20억원 예상

갤러리아·현대百도 특화 마케팅 펼쳐

23일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린 롯데백화점 VVIP 행사에 참여한 고객이 아이패드로 알렉산더 맥퀸 VR쇼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 지난 23일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 100명의 20~30대가 모였다. 체크인을 한 후 각자의 룸에서 아이패드를 켜자 알렉산더 맥퀸, 버버리, 쇼메, 톰브라운, 오프화이트, 몽클레어 등 6개 럭셔리 브랜드의 신상품 영상과 VR(가상현실) 쇼룸이 펼쳐졌다. 원하는 브랜드의 신상품을 요청하자 잠시 후 퍼스널 쇼퍼가 해당 제품을 들고 룸으로 올라왔다. 같은 시간 서울 스카이 123 라운지에서는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쇼메’의 신상품 전시됐다. 이 행사의 명칭은 ‘영앤리치(Young&Rich) 디지털 쇼핑데이’로 롯데백화점에서 1년에 6억원 이상을 쓰는 20~30대 VVIP 회원들을 초청해 진행됐다. 작년까지는 호텔에서 이들만을 위한 비공개 패션쇼를 열었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브랜드별 신제품 영상과 VR 쇼룸을 별도로 제공하는 언택트 행사를 개최했다. 오프라인 패션쇼의 오더 시트는 VR쇼룸에서 관심상품을 클릭하면 바로 구매할 수 있는 히든 링크로 대체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발생할 이들의 예상 매출은 20억원으로 추정된다.

백화점이 2030 ‘젊은 부자’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백화점의 주력 상품인 패션과 잡화 시장이 잔뜩 움츠렸지만, 2030 세대가 큰손으로 부상한 명품 시장만큼은 30%가 넘는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백화점 VIP 주요 고객이 안정된 경제적 기반을 가진 4050세대였다면 최근에는 자기만족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2030세대가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어 이들을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열린 롯데백화점 VVIP 행사에 참여한 고객들이 주얼리 브랜드 ‘쇼메’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열린 롯데백화점 VVIP 행사에 참여한 고객이 주얼리 브랜드 ‘쇼메’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이번 행사를 기획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주요 명품 브랜드와의 협상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패션쇼 진행이 어려워지자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해 코로나19 버전의 VVIP 행사를 기획하기 위해서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는 통상 온라인에 적극적이지 않지만 2030 VIP의 매출 비중이 높아지자 결국 행사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VIP 최고 등급인 ‘쟈스민 클럽(연 4,000만원 이상 구매)’에 2030 비중이 커지자 문화강좌에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대거 추가했다. 지난 6월에는 젊은 여성 고객들이 선호하는 도산공원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 쿠킹 클래스를 열었고, 이태원의 공방에서 명품 클러치를 직접 만들어보는 가죽 공예 클래스도 새롭게 진행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백화점 외부 VIP 전용공간인 메종갤러리아에서 특정 종류나 지역을 주제로 한 주류 시음회를 여는 등 2030 공략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압구정 명품관 앞에서 700만원 상당의 나이키 리미티드 제품과 롤렉스 시계 등을 착용한 댄서가 퍼포먼스를 펼치는 영상을 SNS에 게재하는 등 밀레니얼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계속 늘리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2030 VIP 공략을 위해 수백만원대의 명품을 입은 댄서들의 퍼포먼스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갤러리아백화점


이처럼 백화점들이 2030 VIP 모시기에 혈안인 이유는 이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30세대는 자기만족과 SNS 과시를 위해 점차 명품 소비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 롯데백화점에서 2030의 해외명품 매출 비중은 지난 2018년 38%에서 올해 46%로 뛰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에서도 2030 세대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30%대로 작년보다 10%포인트가량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2030 VIP는 미래의 매출원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매출도 보장하고 있는 주요 고객”이라며 “이번 100명 한정 VVIP 행사에 활용했던 패션쇼 영상과 VR쇼룸 등의 링크를 5만명 대상의 MVG 고객에게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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