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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일류가 고독하지 않을 때

이수민 산업부 기자





“일류는 고독하지. 선진국은 일류가 된 사람이나 기업 그 자체를 인정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은 좀 어려운 것 같아.”

6년 5개월의 투병 생활 끝에 세상을 떠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자신을 보좌하던 비서실장에게 종종 ‘일류의 고독’을 언급했다고 한다. 공식 일정이 없는 날에는 서재에 틀어박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사색에 잠기기를 즐겼다는 이 회장.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회사를 일류로 키운 남다른 재운의 소유자인 그는 타인에게 ‘모든 것을 이룬’ 화려한 재벌로 보일지라도, 실상은 세간의 따가운 시선에 언제나 고독함을 느꼈던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그가 느꼈을 고독은 부고가 전해진 후 양극단으로 나뉜 뭇 사람들의 반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그의 아들이 대국민 선언까지 해가며 끝을 낸 ‘무노조 경영 원칙’을 언급하며 노동자를 착취해 이룬 성공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막내딸에 대한 기사나 자택 잠입을 통해 완성한 자극적인 기사도 다시금 입방아에 올랐다. 전자야 ‘기업인 이건희’에 대한 비판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나머지 두 주제는 오롯이 ‘인간 이건희’를 향한 무차별적 공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나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삶을 가십으로 소비하는 모습은 성공하고 나니 질시가 따라오더라는 그의 독백이 어디서 출발하는지 짐작할만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한국과 우리 국민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게 되면, 일류가 고독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렇다. 그는 일류로 채워진 한국을 꿈꿨는지도 모른다. 이 회장과 한국의 과거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그 시대가 지닌 역사적 맥락을 완전히 무시하는 일방적 재단이 아니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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