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은 ‘디지털 액터(배우)’를 만드는 사업입니다. 유저들이 게임 안에서 키우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을 넘어 디지털로 연기까지 할 수 있는 ‘액터’를 만드는 산업입니다.”
김택진 엔씨(NC)소프트 대표는 27일 판교 엔씨소프트(036570) 본사에서 진행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미래산업일자리특위 위원들과의 면담에서 자신의 게임산업에 대한 철학을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영화, 드라마, 심지어 아이돌 그룹 역시 디지털 시대에는 디지털 액터들의 연기에 의해 만들어지게 된다”며 “인간처럼 표정을 짓고,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디지털 액터는 앞으로의 도전과제”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액터란 인간 배우와 동일한 수준의 외형과 동작을 구현할 수 있는 컴퓨터 그래픽(CG) 캐릭터를 뜻한다. 겉으로 보이는 비주얼은 물론 음성과 동작 등을 구현하는 전 단계에서 최첨단 기술을 요구한다. 김 대표는 게임 기술의 본질은 바로 이 같은 캐릭터를 생성하는 것이고, 캐릭터에 생명과 특징을 부여해 게임 속 가상세계에서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도 배우처럼 활동하는 것이 게임산업의 미래라고 정의한 것이다. 실제 김 대표는 이날 “로봇이 제조업을 자동화했듯 콘텐츠 산업은 디지털 액터를 구현하는 기술력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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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최근 게임 개발사들은 게임 속 캐릭터를 만드는 방식으로 3차원(3D) ‘버추얼 유튜버(가상 유튜버)’를 구현해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의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으로 구성된 가상 아이돌 그룹 ‘K/DA’는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고, 증강현실(AR) 기술로 실제 무대에도 오른다. 스마일게이트 역시 버추얼 유튜버 ‘세아’ 채널을 지난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게임엔진 제작사 유니티는 게임엔진으로 만든 디지털 휴먼 ‘수아’를 홍보모델로 발탁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날 본사를 찾은 정치인들에게 과감한 투자와 격려를 주문했다. 그는 “게임 산업은 디지털 미래 산업 육성과 좋은 일자리 제공이라는 목표에 부합되는 산업”이라며 “게임 산업이 미래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미래 기술에 대한 도전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에 뜻이 있냐’는 질문에 “전혀 뜻 없다. 나는 기업가”라고 답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계 입문 가능성을 부인했다. 김 위원장 역시 김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된다는 질문에 “기업과 관련해서 특별히 물어볼 게 있으면 만날 수 있겠지만 그 이외에 내가 만나야 할 상황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성공한 1세대 벤처 사업가로, ‘택진이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대중과 친숙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 정치권 영입설이 꾸준히 불거져 왔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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