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대형 유사투자자문업체 F사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종목추천방(리딩방)’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려 수 억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추천할 종목을 먼저 사들인 뒤 회원들에게 주식을 추천하고, 회원들의 매수세가 유입돼 주가가 급등하면 먼저 확보해둔 지분을 파는 방식으로 시세차익을 남겼다. 두 달간 F사가 회원들에게 매수를 추천한 종목은 무려 138개. 이와 관련 총 261건의 메시지가 공유됐다. 이들은 하루 평균 20건에 달하는 호재성 정보와 매수지시를 단체 채팅방에 공유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매수를 유도했다.
28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이하 시감위)는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리딩방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시중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온라인 채팅방이나 유튜브 등 주식 리딩방을 통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증권시장 불법·불건전행위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담당 기관과 연계해 관련 내용을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선 사례와 같이 ‘리딩방’은 대부분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지위를 이용해 개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사투자자문업은 투자자문업과 달리 1대 1 자문은 불가한 반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방송·통신 등을 통해 투자 조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유사투자자문업은 금융당국에 별도의 등록이 필요 없고, 신고만으로도 영업이 가능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피해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위 ‘주식 전문가’라고 불리는 일반인이 단체 채팅방을 통해 불법으로 투자자문을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주식 유튜브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종목 추천 경로 역시 다양해지고 있어 적발도 쉽지 않아졌다. 이에 시감위도 감시 범위를 채팅방은 물론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전반으로 넓혀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감위 한 관계자는 “유튜브를 보면서 종목 추천이 집중적으로 나오는지 모니터링하고, 몇 개 계좌에 거래가 몰리면 의심을 하고 추적을 하는 등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시감위를 통한 조사만으로는 불법 행위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감위는 리딩방 등 이상 거래가 포착되면 이를 분석해 혐의를 확정한다. 이후 금융위원회에 이를 통보하는 것까지가 시감위의 업무다. 시감위 관계자는 “내년 3월 말까지를 집중 감시 조사 기간으로 정부와 설정했다”며 “시장감시 내용을 배포하는 등 투자자들과 시장이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신한나·이승배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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