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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중하위권 선수들은 가슴이 서늘해진다. ‘지옥의 라운드’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상금순위 60위에 들지 못하면 다음 시즌 출전권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시드전에 끌려가 순위권에 못 들면 다음 시즌 2부 투어로의 강등을 피할 수 없다.
선수들이 ‘지옥의 라운드’라고 입을 모으는 시험대는 시드전 중에서도 예선이다. 선수들은 “본선은 그나마 나은데 예선은 정말 지옥”이라고 말한다. 시드전 본선은 나흘 경기라 하루 삐끗해도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시드전 예선은 단 2라운드 경기이기 때문이다. 하루 못 치는 것은 물론이고 한 홀에서 실수가 나와도 타격이 크다. 단 1타에 본선 진출과 탈락으로 운명이 엇갈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 매서운 바닷바람에 체감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 일쑤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는 선수도 여럿 나온다.
올해 시드전 예선은 오는 11월10일 시작된다. 코스는 언제나처럼 무안CC 서·남코스다. 29일 시작된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이 예선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 대회까지 포함한 시즌 상금순위에 따라 61~80위 20명의 선수에게 예선 면제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80위 언저리 선수들로서는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이번 대회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통산 3승의 허윤경(30)이 딱 80위(약 4,690만원)다. 지난 2014년 이 대회에서 연장 끝에 김효주를 꺾고 3승째를 거둔 뒤 우승이 없다. 지난 시즌은 상금 47위로 선방해 시드를 유지했지만 올해는 주춤해 벼랑에 몰렸다. 약 4,130만원의 86위 황예나(27)는 지난 시즌 2부 투어 상금왕 출신이다. 2011년부터 8년 연속 시드전을 경험했던 선수라 무안CC 칼바람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안다. 올 시즌 드라이버 샷 평균 250야드의 장타자 이나경(30)도 상금 87위(약 4,060만원)에서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12위에 올랐던 지난주 대회의 기세에 ‘플러스알파’가 절실하다. 78위 나희원(26·약 4,930만원), 통산 2승의 77위 홍진주(37·약 5,150만원) 또한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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