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대장주’로 불리는 네이버가 실적 신기록을 다시 썼습니다. 네이버는 올해 3·4분기 커머스와 신(新)산업의 동반 약진에 힘입어 지난 분기에 이어 또 다시 역대 최대 분기 매출 기록을 세웠습니다.
대장주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네이버 주주는 무섭게 늘었습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네이버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대비 무려 330.91% 증가해 현재 18만 7,972명에 달합니다. 약 4만4,000명이던 주주가 코로나19 확산 기간 3배가 넘게 늘어난 거죠.
19만명에 육박하는 주주가 과연 네이버가 어떤 사업을 해서 수익을 올리는지 알고 있을까요? 네이버는 흔히 포털 기업으로 불립니다. 일명 ‘초록창’, 검색 포털사이트 이미지가 강하죠. 그런데 이제는 네이버를 수식할 때 포털사라고 하면 뭔가 어색한 것도 사실입니다. 물건도 파는 것 같고, 결제도 하는 거 같은데… 대체 이 기업, 돈을 뭘로 버는 걸까요.
지난 29일 나온 네이버 실적발표 자료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네이버는 올 3·4분기 매출(영업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2% 증가한 1조3,60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야후재팬과의 경영 통합으로 이번 분기 공시부터 제외된 라인의 매출까지 포함하면 3·4분기 매출은 총 2조598억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서게 됩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2,91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네이버는 사업구조 면에서 ‘검색포털’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e커머스(전자상거래)·핀테크·콘텐츠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습니다. 사업 다각화에 발맞춰 △서치플랫폼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5개 분류로 매출 구분도 새롭게 손봤습니다.
구체적으로 매출이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살펴볼까요. 서치플랫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검색광고를 말합니다. 검색에서 매출을 발생시켜 네이버의 근간이 되어준 사업이기도 하죠. 키워드 검색에 따른 ‘검색광고’와 화면에 걸려 있는 ‘디스플레이 광고’ 2가지 종류로 크게 나뉩니다. 서치플랫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9% 증가한 7,101억원으로 여전히 네이버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부분은 커머스입니다. 네이버에서 물건을 검색해서 쇼핑하는 경우 많으실 텐데요. 이때 네이버의 쇼핑 플랫폼 ‘스마트스토어’나 브랜드가 직접 입점하는 ‘브랜드스토어’를 사용하게 되죠. 또한 검색결과 상단에 제품을 노출시키는 쇼핑검색광고, 스마트스토어 입점 수수료,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추가 적립되는 유료 멤버십 ‘네이버 플러스’ 등 매출이 커머스 부분에 해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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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견인의 일등공신 커머스 매출은 2,8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9% 성장했습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중소상공인(SME)과 브랜드의 디지털 전환 관심이 늘어나면서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수가 전 분기 대비 3만명 증가한 38만명을 기록했고 거래액은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버쇼핑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플러스 가입자는 160만명을 넘겼고, 올해 200만명 돌파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쇼핑 사랑은 쾌속 질주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검색-주문-결제-배송’으로 이어지는 쇼핑 과정 전체를 아우르면서 매출을 일으키는 게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구조입니다. 포털 검색결과로 노출되는 쇼핑광고로 구매를 결정한 뒤 자체 쇼핑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브랜드스토어에서 주문하고, 네이버페이를 활용한 결제와 자체 물류망에서 배송과 알림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쇼핑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 네이버는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물류망을 보유한 CJ대한통운 지분 7.85%를 확보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서기도 했죠.
네이버는 연내 소상공인 대출,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도 진출해 ‘네이버 생태계’를 강화할 포석입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오프라인에서 QR코드를 통해 네이버페이 포인트 직불결제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웹툰은 이미 네이버 글로벌 사업의 든든한 주축입니다. 글로벌 6,700만 이용자를 확보했고, 전체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한 2,2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이에 더해 네이버는 올해를 ‘B2B(기업 간 거래)’ 원년으로 삼고 기술 자회사 랩스, 웹브라우저 웨일 등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력을 결합해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분야를 공략할 계획입니다.
단순하게 말해 네이버의 메인 캐시카우는 아직 광고 판매입니다. ‘탈(脫) 광고’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지난 분기 커머스를 포함한 신산업 분야인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매출은 전체 네이버 매출의 절반에 육박한 48%를 차지했습니다. 이르면 19만 네이버 주주들이 올해 사업보고서를 받아들 때쯤, 신산업에서 나오는 매출이 검색을 앞지를지 모를 일입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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