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의 향방을 좌우하는 강남 아파트 시장의 ‘혼조세’가 짙어지고 있다. 한 달 전보다 매물이 증가하면서 호가를 수천만원 낮춘 물건이 출현했고, 실제로 최고가 대비 수억원 떨어진 거래도 간간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전 고가를 갈아치우는 신고가 거래도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지면서 거래량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3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매물은 한 달 전에 비해 10% 넘게 증가했다. 지난 9월 말 강남 3구 매물은 9,564건으로 채 1만건이 되지 않았지만 이달 30일 기준 1만586건으로 증가하며 전달 대비 10.7% 늘어난 것이다. 3개 구 중에서는 강남구가 3,554건에서 3,975건으로 11.8%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매물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거래량은 많지 않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강남 3구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총 212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신고 기한이 한 달가량 남기는 했지만 지난달 수치인 601건에 비해 대폭 감소한 셈이다.
매물이 쌓이고 있는 만큼 최고가보다 수억원 낮춘 가격에 매매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도 포착된다. 7일 강남구 압구정동의 ‘신현대 12차’ 전용 110.82㎡가 23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평형은 한 달 전인 9월 초 27억4,000만원에 실거래된 바 있는 매물이다. 한 달 만에 4억원 떨어진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도곡동의 ‘도곡삼성래미안’ 84㎡도 한 달 전 갱신된 신고가인 23억9,000만원에서 3,000만원 내린 22억6,000만원에 최근 거래됐다.
하지만 전 고가 대비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뛴 가격에 매매되는 신고가 거래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97㎡의 경우 이달 ‘평당 1억원’에 육박하는 33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포스코더샵’도 164.88㎡가 16일 전 고가인 29억원보다 2억9,000만원 뛴 31억9,000만원에 팔렸다. 대치동의 B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거의 없는 전세와 달리 매매는 조금씩 물량이 풀리고 있지만 매도인들이 가격을 낮추지 않고 있다”며 “매수인은 급매물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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