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며 올해 5주년을 맞은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 개막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주요 쇼핑거리와 백화점 등은 쇼핑 대축제란 이름이 무색하게 한산했다. 한 두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에 그나마 쇼핑에 나섰던 사람들도 발길을 재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으로 한 집 건너 임대 딱지가 붙어있는 명동은 쇼핑족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과거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한 화장품 로드숍 매장 직원은 “가뜩이나 명동은 관광객이 크게 줄어서 겨우 단골손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세페 포스터를 붙여놔도 손님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백화점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30대 이씨는 “코세페라는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며 “볼일이 있어서 찾았는데 백화점에서 할인을 하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나마 쇼핑객들이 몰린 곳은 초특가 행사를 진행 중인 마트와 온라인몰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는 이른 아침부터 반값 한우, 원플러스원(1+1) 생필품 등을 사러 몰린 쇼핑객들로 계산을 마치는데만 30분 이상 소요됐다. 40대 김모씨는 “막내 기저귀를 쟁여두려고 왔다”며 “먹거리랑 생필품만 빨리 사서 집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당 마트가 있는 쇼핑몰의 패션 매장 층은 마트와 달리 쇼핑객들을 찾기 힘들었다. 온라인몰에도 초특가 상품을 구매하려는 쇼핑족들이 몰렸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0시 오픈한 빅스마일데이의 판매량은 오전 10시 기준 72만개를 돌파했다.
올해 코세페는 이날부터 15일까지 온·오프라인 1,600여개 업체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진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인 만큼 첫날 풍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오프라인 쇼핑가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프로모션을 자제했고, 젊은 층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온라인에만 몰렸다. 특히 최대 80% 할인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큰 폭의 할인 상품을 찾기 어렵다는 불만도 쏟아졌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경우 90% 할인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코세페는 대체적으로 50% 이상의 할인율을 찾기 어렵다. 유통업체 위주로 진행되면서 자체 할인 이벤트 수준의 할인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이날 한 백화점의 여성복 브랜드 직원은 “고객들이 간혹 코세페 행사 상품이 뭔지 물어보긴 한다”며 “다만 생각보다 할인 폭이 크지 않고 실망하는 고객들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이에 가전이나 패션 상품보다는 초특가 행사를 하는 생필품과 온라인몰로 쇼핑객들이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전날부터 자체 할인 행사인 ‘쓱데이’를 진행한 이마트의 경우 31일 하루에만 킹크랩 15톤이 동났다. 이는 월평균 판매량의 4배 수준이다. 월계점의 경우 평소 물량의 10배 이상 준비한 샤인머스켓, 100개 한정으로 준비한 코디 화장지 등이 오픈과 동시에 모두 완판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위래 번호표를 배포한 킹크랩은 오전 중에 모두 팔려나갔다”며 “기저귀, 세제, 초코파이 등 1+1 상품도 평소보다 매출이 2~3배가량 상승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마트와 마찬가지로 초특가 상품을 전개하는 온라인몰도 활기를 보였다. 이날 자체 행사 ‘빅스마일데이’를 시작한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오전 10시 기준 ‘LG 울트라북’이 G마켓과 옥션 합산 7억의 매출을 기록하며 베스트 상품으로 올랐다. ‘LG 32인치 게이밍 모니터’가 누적 합산 6억3,000만원을,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와 ‘LG 스타일러’가 각각 누적 합산 3억5,000만원을 기록하는 등 대체로 고가의 가전제품이 인기 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겨울을 앞두고 G마켓에서 ‘노스페이스 겨울아우터’가 1억7,000만원, ‘몽클레어 다운패딩’이 1억1,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베이코리아 측은 “일요일 판매 실적이 일주일 중 가장 낮은 편인데 이날은 오전부터 상당히 빠른 속도로 실적이 상승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비대면 쇼핑이 트렌드로 자리를 잡은 데다 최대 40만원 할인 등 마케팅을 강화하자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코세페가 15일까지 진행되는 만큼 온·오프라인 유통가도 이에 맞춰 할인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도 코세페는 유통가의 자체 행사에 얹어 시늉만 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진정한 한국판 블프가 되려면 정부도 그저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쇼핑 지원금을 뿌리는 등 파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주·백주원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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