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여러분, 저희 공연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두 번이나 다녀간 곳입니다.”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중형 극장. 연극이 시작되기 전 예상치 못한 안내원의 고백(?)에 객석에서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안내원은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n차 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관객 여러분의 철저한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관람 중 마스크 착용과 휴식 시간 로비에서의 거리두기를 당부했다.
그의 말마따나 공연장의 방역과 관객 협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 속에서도 무대를 올릴 충분한 명분을 마련해줬다. 일부 작품에 참여한 배우·스태프의 감염으로 한때 상황이 나빠진 적은 있지만 극장발 관객 내 n차 감염은 없었다.
공연을 보는 2~3시간보다 더 중요한 게 공연장에 오가는 과정에서의 거리두기다.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공연 관람 시에는 옆 사람과의 귓속말조차 ‘관크(타인의 관람을 방해하는 사람을 뜻하는 은어)’로 비판받아왔고, 음식물 섭취 역시 금지 대상이었다. 현재 모든 공연장에 적용 중인 객석 한 칸 띄어앉기 시행 당시 그 효과에 의문이 이어졌던 이유도 여기 있다. ‘공연 보기 전까지 붙어서 식사하고 대화하던 사람들이 극장 안에서 2~3시간 띄어앉는 게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의 객석 띄어앉기는 공연업, 공연 관람 행위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1일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공연장 내 띄어앉기도 완화된다. 개편안에 따르면 기존 3개 단계 체계는 5개 단계로 세분화되고, 공연장은 1.5단계부터 띄어앉기를 적용한다. 공연계는 거리두기가 2단계에서 1단계로 바뀐 후에도 계속 띄어앉기를 시행해 매출 급감에 시달려왔다. 상황이 더 위기로 치닫기 전 개편안이 나온 것은 실로 다행이다.
QR 코드 문진표·비대면 문진표 검수 도입, 대관료 면제…. 공연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장 무대를 지키기 위해 분투했다. ‘늘 어려웠던 이 바닥’을 잘 알기에 관객들도 자발적으로 방역 수칙을 강조하며 ‘이 시국에’라는 지적에도 기꺼이 방구석 1열이 아닌 공연장을 택했다. 이전과 변함없는 철저한 방역과 협조 속에 연말연시 ‘안전하게 꽉 찬 현장’에서 문화예술이 주는 따뜻한 위로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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