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을 얘기하면서 독일 및 북부 유럽 얘기를 하는데 이곳들은 근로자의 권리 못지않게 경영자 단체도 힘이 막강합니다.”(김태기 단국대 교수)
“독일·일본·미국 등 선진국을 보면 대체근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노조법 개정은 이런 선진국과 비교해서 진행해야 합니다.”(김희성 강원대 교수)
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조법 개정 방향 토론회’에 나온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조법 개정안이 노조 일방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감안하지 않은 법이라고 입을 모아 성토했다. 정부안대로 노조법을 개정할 경우 현재도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짜여진 노사관계의 토대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토론회 참석자들은 노조법이 발달한 유럽의 사례를 들며 사용자의 대항권도 노조의 단결권에 비례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기업별 노조 중심이어서 유럽 국가들에 비해 파업이 쉽고 유럽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사업장 점거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파업 시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하는 경우 역시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총에 따르면 유럽 국가에는 부당노동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대체근로의 경우 미국은 대체근로 금지규정이 없고 일시적·영구적 대체근로를 허용한다. 일본은 대체근로 금지규정이 아예 없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할 경우 파업 시 대체근로 투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허용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달휴 경북대 교수는 “만약 기업 내 근로자가 아닌 실업자나 해고자 등이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이에 맞춰 파업 시 대체근로 투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미국·독일·일본·영국·프랑스도 쟁의행위 기간 중 파견에 대해서는 대부분 대체근로를 금지하지 않고 폭넓게 허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노조가 대기업 위주로 짜여 이른바 ‘귀족 노조’를 위한 법률만 제정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태기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하는 노조법 개정안은 어려운 근로자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잘나가는 근로자 특권을 강화하는 구조”라며 “1,0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체의 노조 조직률은 72.4%지만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의 노조 조직률은 0.2%로 제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현재 진행되는 노조법 개정이 대기업 노조의 특권을 공고히 하는 데 악용된다는 것이다.
실업자나 해고자 등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기업의 급여지급을 허용하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일부 규정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강식 항공대 교수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급을 허용하는 것은 ILO 협약 제98조 제2호의 규정과 상치하며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그간의 노력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노조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로 제시하는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권고에 대해서는 “상위 규범인 ILO 협약상의 근거 규정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노조 전임자 문제는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만의 특수한 문제이고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한국의 노사관계 상황, 노동환경, 관행 및 이에 기반한 법·제도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채 노동계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구미 중심의 보편적 노사관계 관점에 기초해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노조법을 개정해야 하는 근거로서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의 노조 친화 판결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최근 노동의 사법화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며 “퇴직자의 노조 가입 길을 연 전교조 판결의 경우 법관이 법 형평성을 뛰어넘어 노조법의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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