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아키비스트가 제7회 석남 이경성 미술이론가상 수상했다.
이지은 수상자는 전문적인 정보·자료·기록를 뜻하는 ‘아카이브’ 조차 부족한 우리 문화계의 척박한 실정에서 이를 분석·관리하는 기록연구사 ‘아키비스트’로 여러 업적을 쌓았다.
지난 2009년 홍익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팀에서 ‘소장 작품 기록정비사업 및 이력조사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한 이 아키비스트는 미술관이 소장한 수 천 점의 작품에 대한 제목·제작연도·크기 등의 기본정보부터 수집 경로, 연구 결과물, 관련 논란 등에 이르는 복잡한 문제까지 점검하고 재검토하는 사업에 함께 했다. 이를 계기로 자료, 즉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인식한 그는 2015년 이화여자대 기록관리학과에서 추가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석남 이경성 미술이론가상 운영위원회 측은 이지은 아키비스트의 수상 배경에 대해 “(그는) 2012년 논의가 시작된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개설 준비단계에서부터 참여해 2013년 과천관 미술연구센터 개설 및 2014년 서울관 디지털정보실의 개소에 기여했으며, 컬렉션 단위의 특수자료 정리 실무를 맡아 자료 기술(記述)의 표준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면서 “아키비스트 이지은은 아카이브 구축과 활용을 미술관에 제도화, 체계화, 전문화함으로써 그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일에 앞장서 왔다”고 평했다. 이 아키비스트는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최열 아카이브와 김복기 아카이브를 시작으로, 2014년 권진규 아카이브, 2015년 이건용 아카이브 등 대규모 컬렉션을 정리해 27,000여 점에 달하는 자료를 실제로 정리, 기술했다.
그가 정리한 아카이브는 미술관이 개최한 전시에 활용됐다.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향’(2012), ‘이건용:달팽이 걸음’(2014), ‘이중섭: 백년의 신화’ 등의 전시가 아카이브로 빛을 발했다.
올해 석남 이경성 미술이론가 특별상은 김철효 안상철미술관 관장에게 돌아갔다. 김 관장은 한국근현대미술에 관한 자료 부족을 절감하고 1999년 종로구 송현동에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관 아카이브인 한국미술기록보존소를 설립해 책임연구원을 맡았다. 운영위 측은 “김철효 수상자는 미술자료들의 수집·분류·보존·관리를 넘어 능동적인 자료 생산 방법으로서 ‘구술사 프로젝트’를 수행해 관련 미술사 연구가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지난 1998년, 지금은 고인이 된 이유태·장우성·유영국·권영우 등의 구술채록을 시작으로 해방 이전 일본미술유학생들과 관련된 ‘도쿄 제국미술학교 졸업생 그룹 인터뷰’(2000), 해방 직후 미술계의 동향과 관련된 ‘성북회화연구소 연구생 그룹 인터뷰’(2001), ‘파리의 한국인화가들 그룹 인터뷰’(2007), ‘20세기 한국에서 진행된 서화전통의 변모와 현대화’(2008~200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정보관) 등의 구술 사업을 수행했다. 특히 나혜석·천경자·박래현을 배출한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 유학생들의 구술사 프로젝트’(2003)를 통해 식민지 시기 일본으로 유학한 여성작가들과 관련된 아카이브를 발굴해 한국근대미술사에서 여성미술을 새롭게 재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석남 이경성은 1989년에 스스로 마련한 재원으로 석남미술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석남미술이론상을 제정·운영했으나 사후 맥이 끊겼고, 이를 아쉬워 한 후학들이 자발적으로 ‘석남 이경성 미술이론가상’을 되살렸다. 부활한 석남 이경성 미술이론가상은 미술평론가 조은정 고려대 초빙교수를 비롯해 최은주 대구미술관 관장, 이미나 일본 가나가와 현립근대미술관 주임학예연구원, 김복기 경기대 교수,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미술사학자 김현숙 KISO미술연구소장을 수상자로 배출했다. 올해 시상식은 지난 30일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렸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