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바다에서 반년이면 생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생산한다. 미세 플라스틱이 ‘제2의 미세먼지’로 불리며 생태계 교란 주범으로 떠오른 가운데, CJ제일제당이 어떤 조건에서도 생분해되는 플라스틱 소재를 상용화에 성공하자 글로벌시장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00% 해양 생분해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인 PHA(Poly hydroxyl alkanoate)를 ‘화이트바이오’ 사업의 주력 제품으로 삼아, 내년 인도네시아 파수루안에 있는 바이오 공장에 전용 생산 설비를 신설해 연간 5,000톤 규모의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PHA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드는 핵심 소재다. 이 소재가 주목받는 것은 토양, 해양, 온도 등 어떤 조건을 가리지 않고 생분해된다는 점이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생분해 플라스틱인 PLA(Polylactic acid)가 섭씨 58℃와 같은 특정한 공정을 거쳐야만 분해되는 반면, PHA는 바닷물 속에서도 100% 생분해되는 세계 유일의 소재다. PHA를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세계적으로 CJ제일제당을 포함 미국 다니머(Danimer), 일본 카네카(Kaneka)사에 불과하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6년 생분해 플라스틱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 ‘메타볼릭스’ 핵심기술을 약 112억 원에 인수했으며 이후 5년 연구개발(R&D) 끝에 상용화에 성공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미국, 일본 기업의 전유물이었으나 CJ제일제당이 사업화에 성공하면서 미래 성장성이 큰 ‘화이트 바이오(White Bio)’ 사업에 글로벌 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화이트 바이오’는 식물 등 생물 자원을 원료로 산업용 소재 또는 바이오 연료 등의 물질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석유화학 소재를 대체하는 친환경 사업분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1조원, 향후 5년 내 약 3배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유럽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소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고, 특히 재활용 비닐부터 빨대, 페트병, 포장재, 섬유에 이르기까지 생분해 소재 성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이미 유럽 등 글로벌 기업들이 초기 양산 물량을 뛰어넘는 5,000톤 이상을 선주문했다. 향후 안정적 물량 확보와 함께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 PHA’로 글로벌 산업 소재 시장의 패러다임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PHA 외에도 친환경 소재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화이트 바이오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플라스틱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어 친환경 플라스틱 원료 수요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초 발표한 ‘바이오산업 혁신 정책방향 및 핵심과제’의 일환으로 조만간 ‘화이트바이오 산업 활성화 전략’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관련 산업 발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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