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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의사결정 쥐락펴락하자..."참을 수 없는 상황" 강한불만

홍 부총리 사의표명

"정치적 행보로 오해" 與 공격에

"제게 정치라는 단어 없어" 맞불

“아무 일 없었던 듯 지나가기에는 참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자마자 자신이 한 달 넘게 강조해온 소신이 팽 당하며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이 현행 10억원 유지로 결정됐다고 전하고 동시에 사의 표명 사실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홍 경제부총리가 작심하고 사의를 공개하자 여당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적절하고 정치적 행동으로 오해 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그는 “정치라는 단어는 전혀 접목될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홍 부총리의 공개적 사의 표명은 그동안 수차례 주요 정책 결정에서 여당에 밀리고 치이면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심정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동안 혼선을 야기해 죄송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날 청와대는 대변인을 통해 사표 반려 이후 홍 부총리를 재신임했다는 입장을 냈지만 홍 부총리는 청와대로부터 별도의 통보는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그간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내년부터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며 과세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방침을 수차례 확인·고수해왔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그는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전 국민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과 대학 등록금 반환, 재정준칙 도입 등을 놓고도 당과 수차례 충돌하다 밀린 바 있다. 기재부는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범위를 두고 당초 정부안인 50%에서 여당 요구대로 70%로 확대했다 전 국민 지급으로 확정돼 예산 총괄 부처로서 완전히 스타일을 구긴 바 있다. 당시 홍 부총리는 비공개 당정청 회의에서 일괄 지급을 주장한 여권의 압박에 “기록으로라도 (반대) 의견을 남기겠다”고 했지만 청와대의 뜻에 따라야 했다.

2차 추가경정예산을 논의할 때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대규모 증액은 어렵다”는 홍 부총리에 대해 해임까지 언급하며 압박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이에 대해 “정부의 추경안은 재정 뒷받침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후 제출한 것”이라며 “지금은 뜨거운 가슴뿐만 아니라 차가운 머리도 필요한 때”라는 말로 에둘러 집권 여당 대표를 비판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은 또 홍 부총리가 어렵게 마련한 재정준칙 도입안에 대해서도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시행하려고 나서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집중포화를 날린 바 있다.

한편 지난달 5일 올라온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 청원은 이날 기준 23만9,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대주주 3억원에 대한 폐지 또는 유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기재부 장관의 해임을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벌써 연말 개각설이 도는 가운데 홍 부총리가 교체될 경우 고형권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용범 기재부 1차관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세종=하정연기자 윤홍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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