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 직구 열풍으로 국내 투자자의 홍콩증시에 상장된 주식 투자가 지난해 말에 비해 2배가량 급증했다. 특히 홍콩증시의 경우 언어장벽 등으로 기업 관련 정보가 미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해 주로 상장지수펀드(ETF)에 집중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에 이어 홍콩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홍콩 주식 순매수액은 9억300만달러(약 1조2,045억원)로 137억6,500만달러(15조6,164억원)를 기록한 미국에 이어 국가별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홍콩 주식도 크게 늘었다. 지난 2일 기준 홍콩 주식 보관 잔액은 2,790억달러로 주식 기준으로 2만6,445달러를 기록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1,298억달러와 비교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홍콩 주식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를 이뤘다. IT 플랫폼 텐센트의 주식이 보유액 4억4,336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중국 파운드리 제조업체 SMIC(1억9,047만달러), 전기차 배터리 업체 강봉리튬(1억4,551만달러),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스(1억3,436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유망 산업과 관련한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인기가 높은 점도 눈에 띈다. 미래에셋 GBL IN GLOBAL X C ELC VHC ETF의 미국달러·홍콩달러 상품이 각각 5위·15위를 차지했고 미래에셋 호라이즌 차이나 바이오텍 ETF 1·2가 각각 10위와 7위, 글로벌X 차이나 세미컨덕터 ETF USD가 11위, 미래에셋 호라이즌 차이나 클라우드 컴퓨팅 ETF 1·2가 각각 14위와 13위 등을 차지했다. 20위까지의 종목 중 9개가 ETF였고 이 가운데 8개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였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홍콩증시의 경우 아무래도 시장과 기업 관련 정보가 언어장벽 등으로 접근이 어렵다 보니 국내에도 잘 알려진 종목이나 국내 운용사의 ETF를 통한 투자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증시에 이어 새로운 시장을 찾는 투자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증권업계는 최근 홍콩 시장과 관련한 정보 제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업종 및 상품 및 서비스명, 한자어 독음, 중국어 발음 등으로 해외주식을 쉽게 검색할 수 있는 ‘해외주식 종목명 스마트 검색 서비스’를 지난달 개시했다. 클라우드와 핀테크 같은 업종은 물론 자율주행, 재생에너지 같은 테마명, 마오타이(상품명), 위챗(서비스명) 등으로도 종목 검색이 가능해 표기법과 발음이 제각각이어서 접근이 어려웠던 홍콩 시장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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