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거액을 가져다준 ‘큰손’들 중 상당수가 월스트리트 금융계 인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물론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는 ‘블루웨이브’에 베팅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의 선거운동을 위해 10만달러(약 1억1,350만원) 이상을 모금한 800여명의 명단에는 월가와 연계된 회사 중역 30명 이상이 포함됐다. 이들은 기업 경영과 자선 활동 과정에서 구축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바이든 캠프에 기부할 것을 독려했다. 직접 기부는 물론 바이든 캠프와 민주당전국위원회(DNC)의 공동모금위원회를 위해서도 거액을 모금하고 온라인 모금행사를 주최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의 조너선 그레이 사장과 토니 제임스 부회장이 명단에 올랐다. 골드만삭스 공동회장 출신으로 빌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애비뉴캐피털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래스리도 이름을 올렸다. 미 프로농구(NBA) 밀워키 벅스의 공동 구단주이기도 한 래스리는 무려 300만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대형 법무법인 폴와이스의 브래드 카프 회장 등 월가와 가까운 대형 로펌 중역들도 바이든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 CNBC는 “이들의 노력 덕분에 바이든 캠프는 막대한 ‘군자금’을 모아 3·4분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많은 광고비를 지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영리단체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는 증권·투자업계로부터 1,300만달러를 모금했다. ‘친 바이든’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포함한 각종 후원 활동에 월가가 낸 총액은 최소 7,400만달러에 달한다. 바이든 후보 캠프와 DNC, 그리고 이들의 공동모금위원회가 선거전 막판에 손에 쥔 돈은 총 3억3,000만달러 이상으로 트럼프 대통령 측보다 1억1,000만달러 이상 많다고 CNBC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월가에서는 ‘블루웨이브’에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도 여러 차례 나왔다. 블루웨이브가 현실화되면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러화가 약세 기조를 이어가고 시장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전략가는 “미 대선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대 1%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채권가격 하락)”고 내다봤다.
바이든 후보 당선의 수혜주로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신재생에너지 및 인프라 섹터가 꼽힌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마리화나의 비범죄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 마리화나 관련 종목도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금융·방산·석유·소비재 섹터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보고 있다.
각 후보 수혜주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JP모건이 만든 바이든 포트폴리오는 최근 두 달간 4.5% 오른 반면 트럼프 포트폴리오는 16%나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은 “월가 투자자들이 대선을 대비하면서 바이든 후보에 베팅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겐 헤징을 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글로벌 주식시장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대선이 끝나면 누가 당선되든 (불확실성 해소로) 증시가 상승하곤 했지만, 낙선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2000년처럼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미 대선에서는 고어 후보가 결과에 불복하면서 대법원 판결까지 한 달간 최종 승자가 결정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이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5%가량 하락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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