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매년 성장하던 스타트업 생태계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으로 경기 위축에 따른 투자 자금 유입이 줄어들고 이직이나 취업을 원하는 비중도 전년보다 감소했다는 것이다.
3일 스타트업 관련 민간비영리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는 이 같은 내용으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0’을 발표했다. 이 설문 조사에는 창업자 166명, 스타트업 재직자 250명을 비롯해 대기업 재직자 500명, 취업준비생 200명 등 총 1,116명이 참여했다.
창업자들은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에 100점 중 71점을 줬다. 2018년 69점, 2019년 73점으로 매해 좋아지던 분위기가 올해 주춤한 것이다. 시급히 개선해야 하는 점으로는 ‘기반자금 확보, 투자 활성화(46.4%)’, ‘우수인력 확보(36.7%)’를 꼽았다. 올해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인식한 창업자들은 ‘벤처캐피털의 미온적인 지원’을 골라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이 같은 자금난의 원인으로 “특히 국내 투자자의 경우 먼 미래를 그리기보다는 2~3년 안에 (결과를) 뽑아낼 수 있는지를 본다”고 분석했다.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는 “여행과 같이 코로나19 이후 분명 반등할 수 있는 분야는 살아남는 스타트업이 이후 모든 것을 독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결정을 미루고 ‘옥석’을 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감지됐다. 그동안 우수 인력이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기려는 수요와, 취업준비생의 관심도 줄어들었다. 대기업 재직자 중 ‘창업을 긍정적으로 고려한다(42.4%)’, ‘스타트업 이직을 고려한다(17.6%)’는 응답이 작년 대비 모두 감소했다. 취준생도 23%만 스타트업 취업을 고려해 지난해보다 줄었다. 스타트업 이미지 조사에서 ‘혁신적이며 창의적’이라는 답변이 지난해 39.2%에서 33.2%로 줄어들었고, ‘불안정하고 불투명하다’라는 반응이 12.6%에서 22.6%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경기가 안 좋아질수록 반작용으로 창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계에서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나아질 거란 기대가 우세했다. 창업자의 57.8%가 ‘내년 창업 생태계 분위기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해 지난해보다 더 긍정 응답이 늘어났다. 정 대표는 “정부의 천문학적인 재정 투입이 업계에는 긍정적이다”며 “올해는 위험성 때문에 초반이나 성숙 단계의 스타트업에만 자금이 몰렸지만 내년에는 중간 단계에도 후속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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