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끝나면서 유망한 투자처가 어디인지 자산가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단기적으로 투표 결과를 놓고 혼란이 있겠지만 누가 최종 승리를 하든 미국이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펼 것이기 때문에 미국 주식이 유망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과 우리나라 주식, 금 투자를 추천하는 PB도 많았다.
김현섭 국민은행 도곡PB센터 팀장은 4일 “미국 주식이 유망하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정보기술(IT), 언택트 등 기존에 성장했던 종목이 계속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진성 씨티은행 PB도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부양책에다 내년 중 백신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오는 2022년까지 미국 증시가 호황을 보이는 ‘뉴 사이클’이 시작된다는 말도 나온다”며 “그동안 소비를 줄인 미국 중산층이 부양책에 힘입어 지갑을 열 것이라는 점도 미국 주식을 유망하게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추천 분야는 다양했다. 허도경 신한PWM목동센터 PB팀장은 “트럼프 재선 시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으로 5G·반도체 분야에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이 PB는 “금융·항공·에너지·레저·헬스케어 등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하락했던 분야의 주가가 오르는 ‘캐치업’ 장세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출신이나 추가 부양책 등을 고려할 때 미국 상업용 부동산(리츠)도 유망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 주식이 유망하다는 진단도 많았다. 신현조 우리은행 TC프리미엄 잠실센터장은 “미국이 재정을 확대해 위험자산이 강세를 보일 국면이기 때문에 자금을 주식 쪽으로 이동하면 괜찮을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해 한국·중국·베트남 주식이 유망하고 유럽은 중립적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섭 팀장도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던 중국 경제가 반등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주식이 유망해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금을 추천하는 PB도 많았다. 이진성 PB는 “현재 온스당 1,900달러인 금값이 내년에 2,4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고 했다. 미국의 대규모 재정확대는 달러 약세로 이어지고 보통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값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전 세계 중앙은행도 금을 계속 사들이고 있고, 금 수요가 높은 중국·인도 등의 경제도 살아나고 있으며 전 세계 산업용 금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하나은행 하나클럽1 PB센터장은 “금을 장기 투자 방향으로 보고 자산이 10개라면 금을 1개 정도 투자하라고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대 의견도 있었다. 신현조 센터장은 “불확실성 때문에 고객들에게 2~3년 전에는 금 투자를 추천했지만 그 이후 40% 이상 올랐다”며 “너무 많이 오른데다 최근에는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국면이기 때문에 안전자산인 금 투자는 추천하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원·달러 환율 전망에 대해서는 모두가 환율 하락(달러 약세, 원화 강세)을 점쳤지만 정도에 차이는 있었다. 환율이 달러당 1,100원 아래로 내려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가 하면 김영호 센터장은 “1,120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1,120원 가까이 오면 달러가 많지 않은 고객에게는 자산 10개 중 1~2개 정도는 달러 형태로 보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는 친환경 관련 산업이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김현섭 팀장은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며 그동안 미국 친환경 주가 6개월에 50%나 오르기도 했다”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친환경이 유망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미 대선 개표 결과 트럼프가 우세를 보이면서 PB센터도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PB는 “고액 자산가들이 바이든이 우세할 것으로 보고 달러가 큰 폭의 약세를 보일 것이라 예상했다”며 “해외 송금할 계획이 있던 고객도 시기를 늦추고 있었는데, 4일 환율이 급반등(달러 강세, 원화 약세)하고 있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결과를 놓고 정치적 이슈가 있어 고객들은 관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태규·김광수·김현진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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