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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세계화의 후퇴와 우리의 미래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사진제공=한국뉴욕주립대




지난 1492년 콜럼버스가 스페인을 떠나 신대륙 도착에 걸린 시간은 2개월 9일이었다. 지금 마드리드에서 뉴욕은 비행기로 7시간 40분이면 여행이 가능하다. 지구상 대부분의 지역을 하루에 여행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1950년 5,000만명을 넘지 못했던 전 세계 여행자 수가 2018년에는 14억명으로 증가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시 감소했던 세계 무역규모는 2011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후 2019년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왔다. 국가 간 상품·서비스·인력·자본·데이터·문화 교류의 확대를 의미하는 세계화 현상은 20세기 중반부터 현대사를 관통해온 대표적 시대적 조류다.

교통수단의 발전,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의 국제교역 확대, 유엔으로 대표되는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 등을 통해 확대해온 세계화는 수많은 개인·기업·국가에 도약의 기회를 제공했고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을 통해 세계화의 과정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표현되는 국가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생은 이러한 세계화에 엄청난 충격을 초래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국 히드로공항의 여행객은 97% 감소했고 국제통화기금(IMF)과 WTO는 2020년 세계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가 전년에 비해 30~40%, 세계 무역 규모는 10~30%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향후 코로나19의 지속 정도는 세계화의 추세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세계화의 후퇴가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됐고 코로나19 극복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확대,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유럽연합 탈퇴) 결정, 다수 국가의 해외진출 자국 기업 재유치 정책, 자동화 설비 투자 확대에 따른 해외 저임금 지역에 대한 투자 축소 등의 현상을 고려할 때 코로나19와는 무관하게 세계화의 확대는 앞으로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세계 총생산 대비 무역 규모, 해외직접투자 규모, 국제자금유통 규모 등 많은 세계화 지표가 2007년 최고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런 현상을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이라는 신조어로 표현하고 있다. 세계화의 과정에서 국가발전의 전기를 마련했던 우리나라는 향후 국제질서의 변화가 우리 경제·사회·정치 등 모든 분야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국가발전 전략을 마련해 포스트 코로나 국제질서에서도 경제적 발전을 지속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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