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채권단과 정책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약 1,900억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5일 채권단에 따르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제주항공에 이달 말까지 약 1,200억원을 지원하고 신용보증기금이 300억원,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이 4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동안 채권단은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제주항공에 필요한 자금이 1,700억~2,000억원인 것으로 추산했다. 항공기 리스비, 인건비, 정비료 등 운영자금으로 필요한 금액에 해당한다.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으로 당장 자금난에 숨통이 틔울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원 금액은 아직 기관과 협의가 끝나지 않아 확정되지 않았지만 1,9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며 “기관별 회의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일찍이 기안기금을 통해 제주항공에 지원할 방침을 세웠지만 그동안 제주항공이 기안기금에 신청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자금난에도 기안기금의 고금리 때문에 신청을 머뭇거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기안기금 1호 지원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조4,000억원을 연 7%대 금리에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으로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고금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산은, 수은, 신보 등 정책금융기관이 먼저 제주항공에 운영자금을 지원해주고 나머지 부족분을 기안기금에서 채우는 방식으로 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에 앞서 기안기금의 지원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는 외부 컨설팅이 진행 중이다. 채권단은 최근 회계법인 EY한영과 베인앤드컴퍼니를 컨설팅 자문사로 선정하고 구조조정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컨설팅 작업을 통해 자산 매각 및 노선 정리, 조직 개편 방안 등이 논의된다.
이미 채권단 안팎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장거리 국제 노선사업을 따로 분리해 대한항공에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대신 단거리 및 역내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국내 1등 저비용항공사(LCC)로 체질 개선에 나서는 구조다. 국내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는 “당초 아시아나 매각이 진행될 때부터 국내 항공업 구조조정을 위한 최선의 형태로 평가받았던 방식”이라며 “산은 내부에서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거리 노선을 따로 떼 매각할 경우 중복 비용 등을 크게 줄일 수 있어 경쟁력 강화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게 항공업계의 한결같은 평가다.
/김지영·서일범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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