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파업으로 올해 흑자전환 계획에 차질이 생긴 한국GM이 6일 글로벌 신제품 생산을 위해 검토했던 2,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보류·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2년간 1인당 총액 700만원의 성과급 제시안을 거부하고 파업 중인 노동조합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한국GM 노조가 이기주의에 매몰돼 협력업체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생존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GM이 이번에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투자는 노후화된 부평공장 설비를 개선하고 신차를 생산하는 내용이었다. 노조가 부평공장의 미래 계획을 제시하라고 요구하자 사측이 지난달 교섭에서 부평공장에 약 2,15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화답한 것이다. 그러나 노조는 이후 제시된 성과급이 적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에 이어 6일과 9일, 10일에도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올해 흑자전환을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한국GM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로 비상이 걸렸다. 한국GM은 이미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6만대 이상의 생산 손실을 냈다. 한국GM 측은 “최근 노조의 잔업·특근 거부와 부분파업 등 쟁의행위로 인한 누적 생산손실이 1만2,000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트레일블레이저 등 신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출시돼 한창 차를 만들어야 할 시기에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심화한 것이다.
지난 2014~2018년 4조4,447억원의 누적손실을 기록한 뒤 지난해 3,202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인 한국GM의 올해 최우선 과제는 흑자전환이었다. 한국GM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팀장급 이상 20% 임금지불 유예, 임원 임금 삭감, 지자체 수도요금 지체 납부 등 비용절감 조치를 취하며 긴축경영을 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노조 파업이 겹치면서 목표를 이루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노조가 이 같은 회사의 현실을 아랑곳하지 않고 비현실적인 성과급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은 올해만 1인당 2,200만원에 달한다. 더구나 한국GM에는 산업은행이 약 8,000억원의 세금을 투입한 상황이어서 노조의 이기주의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가 “노사 간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협력업체의 부도가 속출할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현재는 집단 이기주의보다 산업평화 확보와 위기극복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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