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030200)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11년 만에 자사주 3,000억원어치 매입에 나선다. 회사 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상황 변화에 따라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KT는 6일 3,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체결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과거 임직원 지급용으로 소규모로 자사주 매입을 했던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KT는 이동통신부문 자회사 KTF 합병을 앞두고 주식매수청구권 방어를 위한 주가 부양 목적으로 5,08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었다.
이번 자사주 취득의 가장 큰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다. 이날 KT 주가는 2만2,900원으로 2009년 자사주 매입 당시에 비해 반 토막 수준이다. 구현모 KT 대표도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가가 하반기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할 정도로 KT 입장에서는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강화가 가장 큰 당면과제였다. KT는 이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경영환경 급변을 고려하면 다양한 자본배치 옵션이 필요하다”며 “매입한 자사주의 소각도 미래 상황 변화에 따라 가능한 옵션”이라고 밝혀 소각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근 KT가 추진하고 있는 탈(脫) 통신 전략에 대한 자신감도 대규모 자사주 매입의 배경이다. KT는 올 3·4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단말기 매출과 그룹사 실적하락에 임금단체협상 타결로 인한 인건비 증가까지 겹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한 2,924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사업방향의 무게중심을 늘리고 있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혁신(DX) 사업은 올 3·4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성장했다. KT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매입은 KT의 새로운 사업전략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확신에 따른 것”이라며 “신사업들을 통해 내재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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