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깜짝 실적’도 미국 대통령선거로 인한 변동성을 이기지 못했다. 다만 대선 불확실성이 제거된 후에는 본격적인 실적 장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내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 선언을 하면서 변동성의 여진이 남아 있는 모습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미국 대선 투표일인 지난 3일까지 3·4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한 기업 112곳 중 증권가 컨센서스보다 10% 이상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총 50곳으로 전체의 44.6%를 차지했다. 하지만 실적 발표일 이후 미국에서 대선 개표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4일까지 주가가 상승한 곳은 28곳으로 ‘깜짝 실적’을 기록한 기업의 절반 정도만 실적 개선의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가가 상승한 28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도 0.01%에 불과할 정도로 상승 폭이 미미했다. 실제로 컨센서스보다 실제 이익이 가장 많이 늘었던 LG디스플레이(034220)는 지난달 22일 실적발표 이후 3일까지 주가가 6.96% 하락했고 현대일렉트릭(267260)도 지난달 29일 이후 2.67% 내렸다.
오히려 전망치보다 부진한 실적을 거둔 상장사들이 실적 발표 후 평균적으로 주가가 더 많이 상승하는 모습도 보였다. 컨센서스 대비 10% 이하의 실적을 기록한 ‘어닝 쇼크’ 기업 20곳의 실적 발표 후 평균 주가 변동률은 0.52%로 나타났으며 10% 미만 실적이 줄어든 기업 29곳은 오히려 평균 2.5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실적이 좋은 기업들이 양호하게 나타났다.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 50곳 중 실적 발표 당일 주가가 오른 기업은 절반이었지만 상승률은 0.22%였다. 어닝 쇼크를 기록한 기업은 20곳 중 5곳만 상승했고 주가는 평균 1.05% 하락했다. 결국 실적 모멘텀이 기업의 주가에 꾸준히 영향을 끼치지 못한 채 실적 발표 당일의 단발성 재료로 그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는 지난달 내내 국내 증시를 압박해왔던 미국 대선을 앞둔 변동성에 기업들의 실적이 묻혀버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미 대선의 당선자 윤곽이 나타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시작했던 4일과 5일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은 대부분 주가가 상승했다. 이틀 동안 실적을 발표한 23개 기업 중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은 9곳, 어닝쇼크를 기록한 기업은 6곳이었는데 주가가 내린 곳은 컨센서스보다 13.8% 낮은 이익을 발표했던 KT스카이라이프가 유일했다.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은 실적 발표 이후 5일까지 평균 2.52%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어닝 쇼크 기업들도 2.6% 주가가 올랐다.
3·4분기 기업들의 실적은 미 대선 변동성에 파묻혀버렸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대선 불확실성이 걷히고 난 후에는 국내 증시에 본격적인 실적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김종원 현대차(005380)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기업의 이익수정비율이 3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실적 개선 모멘텀이 매우 높다”며 “연말까지 실적 개선 기대가 높으면서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한 업종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내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 선언으로 변동성의 여진이 지속됐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0.11% 상승해 2,416.50으로 마감했지만 장중 1분 단위로 십여 차례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0.5%가량 오르며 장이 시작됐지만 장 초반 하락 전환하면서 전거래일보다 0.95% 내린 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7,928억원어치 주식을 사모았다. 개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와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업종을 중심으로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6,429억원을 순매수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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