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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주장처럼 '한복=한푸?'…동양의복 전문가에게 물어봤다[오지현의 하드캐리]

패션 스타일링 게임 ‘샤이닝니키’ 인게임 한복 이미지. /페이퍼게임즈




“논란을 일으킨 한복 세트 폐기 공지를 안내한 후에도 일부 계정들은 여전히 중국을 모욕하는 급진적인 언론을 여러차례 쏟아내면서 결국 우리의 마지막 한계를 넘었습니다. 중국 기업으로서 우리는 이러한 언론과 행위를 단호히 배격하고 국가의 존엄성을 수호합니다. 이에 따라 ‘샤이닝니키’의 한국판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패션 스타일링 게임으로 국내에서도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며 인기를 끌고 있던 중국 게임 ‘샤이닝니키’가 돌연 한국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때 아닌 ‘한복 논란’이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고 하는데, 대체 한복을 출시한 게 왜 이 게임의 갑작스런 종료를 부른 걸까요?



중국 게임 개발사 페이퍼게임즈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패션 스타일링 게임 ‘샤이닝니키’는 지난 5일 공지사항을 통해 한국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시 일주일만의 결정입니다. 게임 다운로드 및 결제 차단은 당장 6일부터, 서비스 종료는 다음 달 9일 이뤄질 예정입니다. 이용신, 남도형 등 국내 유명 성우를 대거 섭외하고, 대대적인 광고 마케팅을 집행했으면서도 ‘한복 논란’을 이유로 서비스 종료를 일방적으로 통보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한때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4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패션 스타일링 게임 ‘샤이닝니키’ 인게임 이미지. /페이퍼게임즈


논란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샤이닝니키는 지난 5일 한국 서버에 한복 의상을 추가하며 ‘한국의 전통의상’이라고 소개했는데 이 사실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겁니다. 중국 유저들은 “한복은 한국의 전통 의상이 아니라 명나라의 ‘한푸(漢服)’ 혹은 조선족의 고유 의상”이라고 주장했죠. 이에 페이퍼게임즈는 중국 반발을 이유로 출시 하루 만에 한복 콘텐츠를 즉각 삭제했습니다.

이 사실로 한국에서 논란이 일자 페이퍼게임즈는 공식 SNS인 웨이보를 통해 “우리는 중국 기업으로 회사의 입장은 조국의 입장과 늘 일치한다”라며 “국가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표명하기에 이릅니다. 한국 공식 커뮤니티에서도 “중국 기업으로서 우리는 이러한 언론과 행위를 단호히 배격하고 국가의 존엄성을 수호한다”라며 한국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페이퍼게임즈가 한국 서비스 종료를 통보하며 링크한 중국 공청단 웨이보 게시글. /웨이보 캡쳐


특히 이 과정에서 링크한 웨이보 글이 논란이 됐는데요. ‘공청단(중국 공산주의 청년당)’ 중앙위원회 공식 웨이보 계정이 게시한 “‘한푸’가 한복에서 유래했다고? 웃기시네!”라는 코멘트의 글입니다. 한푸는 시대별로 양상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인 대다수를 구성하는 민족인 한족 고유의 옷을 뜻하는 말입니다. 한국에서 알려진 것처럼 중국 네티즌들이 “한푸가 곧 한복”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거죠. 다만 한때 유사한 형식을 보였던 두 복식의 ‘원조’가 누구인지를 가지고 양국 네티즌 간에 싸움이 붙은 형국이 됐습니다.

한국 네티즌들은 분노를 터트리고 있습니다. 게임을 앞세운 ‘문화계 동북공정(東北工程)’이 우려된다며 ‘중국 불매’를 외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한복을 뺏길 수 있다며 ‘한복 챌린지’ 같은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중국 명대 한푸의 유형. /이상례, 현대 중국여성의 한푸(漢服) 스타일 연구(한복문화 제22권 4호, 2019년)


우선 이 한푸는 한복과 같은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게 복식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문광희 동의대 패션디자인과 명예교수(전 한복문화학회장)는 “한족이 지배하던 시기인 당송명대의 전통복식은 한복과 완전히 다르다”라고 단언했습니다. 또한 “통일신라 때 일시적으로 중국 당나라 옷이 궁중에서 유행했지만, 서민들은 한복의 고유한 모습을 유지해 조선시대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당나라 유행이 보편화되지 않았으며 고려시대, 조선시대 궁중에서도 이 같은 복식을 입지 않았다”는 게 문 교수 설명입니다.

원대부터 명대 초기 여성 복식이 한복과 유사한 이유는 ‘고려양’ 문화 때문인데요. 고려말 13세기, 원나라가 고려를 침략하면서 한국에서 많은 여자들이 중국으로 넘어가 교류가 생겼고 이때 한국 고유의 복식 역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고 합니다. 인접 국가 간 문화 교류로 인해 자연스럽게 복식에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으나 구체적으로 옷깃·허리·소매의 모양, 색상과 착장 방식을 따져보면 각 복식은 서로 구분되는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연내 방한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중국 전문가는 공청단이나 중국 일부 네티즌의 말을 곧바로 중국의 입장으로 치환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합니다. 우수근 중국 산동대 객좌교수는 “이 사태는 중국 게임사가 일부 극단적인 중국 네티즌들의 의견을 들어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눈치를 보고 과잉대응한 것”이라며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지나친 민족주의, 중화주의 교육이 양날의 검으로 돌아와 오히려 곤란해진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 교수는 “조선족 복식이라고 해서 한복이 중국 전통 옷이라는 논리는 우리나라 화교들이 사용하는 중국 언어, 음식, 풍습이 모두 우리나라 것이라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며 “이 같은 일부 몰지각한 일부 네티즌들의 이야기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고, 중국 정부가 이를 옹호할 리도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연합뉴스


최근 6·25 관련 발언을 빌미로 중국이 방탄소년단(BTS) 관련 상품을 통관 금지했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오히려 중국 정부가 수습에 나선 게 대표적 사례입니다. 중국 외교부는 “한중 우호 교류와 호혜 협력을 촉진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무책임한 보도와 논평으로 양국 관계가 지장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그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간다).” 미셸 오바마가 지난 2016년 9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을 경계하며 내놓은 발언입니다. BTS에 이어 블랙핑크 논란까지, 대중문화 분야에서 감정을 앞세운 ‘트집 잡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어떻게 이 공격에 품위 있게 대처할 수 있을지 조금은 냉정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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